현대제철·GS·이마트 등 수요예측 흥행…투자심리 회복 자금조달 ‘숨통’
우량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돌고 있다. 연초 회사채 발행에 나선 기업들이 기관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채 발행시장 투자심리 회복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지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AA등급)은 전날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발행 예정금액 3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7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현대제철은 오는 20일 3년물과 5년물, 7년물로 각각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3년물에 2500억원, 5년물과 7년물에 각각 2800원, 1700억원이 유효수요로 잡혔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분 합병 후 처음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몰림에 따라 GS, 이마트와 같이 발행규모를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일 GS(AA)는 3000억원 모집에 6400억원의 주문이 몰려 발행액을 4900억원으로 증액했다. 지난 6일 이마트(AA+)도 2000억원 모집에 4500억원 수요가 몰려 발행액을 3000억원으로 늘렸다.
비우량 회사채로 여겨진 ‘A-’ 등급에도 기관들의 수요가 몰렸다. 지난 8일 크라운제과(A-)는 200억원 발행에 850억원 주문이 들어와 경쟁률이 4대1을 웃돌았다. 크라운제과 회사채 발행은 특히 신용등급 ‘AA’급 이하 회사채로는 처음 발행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크라운제과도 회사채 흥행에 성공하며 앞으로 예정된 LG전자(AA·3000억원), 현대오일뱅크(AA-·1900억원), 대상(A+·1000억원) 등 1월 발행 또는 수요예측을 준비 중인 우량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같은 회사채 발행시장 흥행은 기관들이 지난해 북클로징(연말결산)을 앞두고 투자를 미뤘다가 연초 우량등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회사채 시장은 STX·동양 사태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 등으로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갑을 닫은 기관들은 이달들어 적극적으로 매수물을 찾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중금리 상승이 전망돼 우량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회사채 발행시장 흥행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황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 상반기에 취약업종의 회사채 만기가 대거 도래해 회사채 시장 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조선·해운 등 이른바 ‘못난이 3형제’ 비우량 업종과 기업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2월 취약업종의 회사채 만기도래가 몰려 있어 당분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된 투자태도는 지속될 것"이라며 “연초 들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집행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회복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 추세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