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이 혁신 시작”… 가족 승계·IPO 반대
화웨이가 단기간에 세계 굴지의 IT기업으로 올라선 데는 특유의 기업문화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 겸 회장은 지난 2001년 ‘화웨이의 겨울’이라는 글에서 자신들의 기업문화를 ‘늑대문화’라고 칭했다. 그는 “편집증일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필사적인 마음가짐으로 일하며 평등하게 직원 사이에서 의사소통하고 대중이 화웨이를 최고 브랜드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늑대문화”라고 정의했다.
런정페이는 지난 2000년 IT버블이 터지기 이전에 “화웨이가 파산할 수도 있는 위기가 오고 있다”며 “타이타닉 침몰의 교훈을 잊지 마라. 화웨이는 지금 봄날이지만 겨울이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직원들을 질타했다. 대부분의 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버블에 취해 있는 상황에서도 홀로 경각심을 일깨운 선견지명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천나이싱 중소기업연구센터 주임은 “화웨이의 늑대문화는 다른 중국 기업과 구별되는 뚜렷한 특성”이라며 “언제라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면 혁신제품에 대한 갈증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944년 가난한 교사 집안의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런정페이는 군대에서 통신장교로 기술적 토대를 쌓는 한편 그의 성공 기반이 됐던 마오쩌둥의 전략을 배웠다.
1983년 중국군 감군 계획으로 어쩔 수 없이 제대해야 했던 그는 선전 남해석유조달센터에서 4년간 근무했으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단돈 2만1000위안(약 365만원)으로 화웨이를 설립했다.
화웨이가 지난 4월 공개한 런정페이의 이메일에 따르면 그는 직원들에게 “화웨이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라며 “가족 네 명이 화웨이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은 단지 직원일 뿐이며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런정페이는 또 “설립 이후 지금까지 기업공개(IPO)를 한 번도 고려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지난 여름 경영난을 겪는 캐나다 스마트폰 블랙베리 인수설이 돌자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를 키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꾀하겠다는 런정페이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