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내 산업계 결산] 석유화학, 삼중고에 ‘부진 늪’ 허덕

입력 2013-12-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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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가스·中 석탄화력 증설·중동산 저가 공세… LG·SK화학·롯데케미칼 영업익 '뚝'

▲SK종합화학의 울산 석유화학공장.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2013년은 추웠다.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전방산업이 살아나지 못한 데다 북미 셰일가스 개발 붐, 중동산 에탄기반 제품 등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압박이 업계를 내내 괴롭혔다. 불황까지는 아니지만 온갖 위협에 노출되면서 실적 또한 좋지 못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올 3분기 실적은 대체적으로 다소 부진했다.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업계 1위 LG화학은 영업이익이 5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LG화학과 함께 국내 석유화학업계 ‘빅3’로 불리는 SK종합화학과 롯데케미칼도 각각 2158억원, 17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 12.5% 줄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올해 실적은 매 분기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실적이 큰 폭으로 나빠지진 않았지만 좀처럼 하락세를 반등시키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올해 석유화학업계는 큰 불황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진이 이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인해 전방산업 수요가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중동을 중심으로 공급량이 늘어나 수익 증가에 제동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셰일가스 확산 △중국 석탄화력 증설 △중동산 에탄 기반제품 확대 등 3가지 요인은 올해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한숨 짓게 만든 키워드로 꼽힌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는 특히 이 3가지 요인이 국내 업계를 괴롭혔다”면서 “3가지 요인 모두 결국 저렴한 원료가격을 앞세운 만큼 올해 국내 업계의 가격 경쟁력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셰일가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자원이다.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면 기존 나프타 기반 제품보다 원가가 크게 내려간다. 이에 엑슨모빌, 다우케미칼과 같은 미국 석유화학업체들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경쟁업체들도 저렴한 셰일가스를 활용하기 위해 앞다퉈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이 때문에 한화케미칼 등 일부 국내 업체들 역시 현재 미국에 생산설비 구축을 부랴부랴 검토 중이다.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의 석탄화학설비 증설도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석유화학협회 김평중 본부장은 “석탄화학은 저렴한 석탄을 연소시켜 메탄가스를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에틸렌, BTX 등을 만드는 방식”이라며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 방식이지만 올해 중국에 점점 늘어나고 있어 전체적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중동산 저가 제품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복병으로 작용했다.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원가가 저렴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범용제품 판매에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따라갈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에 민감한 범용 석유화학제품 특성상 이처럼 중동산 저가 제품이 가격대를 낮게 형성해 버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익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중동산 저가 제품과 국내 범용제품은 품질 차이도 별로 나지 않기 때문에 체감 효과가 크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요인들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전략도 바꾸게 했다. 일부 업체들은 원가를 낮추기 위한 차원에서 원료가 생산되는 지역에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에탄크래커(에탄가스 분해설비) 건설을 추진 중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인 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공장을 짓고 최근 상업 가동에 들어간 한화케미칼도 같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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