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세계 경기회복 지연…화물수요 급감 실적 다운
올 한해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한 항공과 해운업계. 두 업계 뒤에는 늘 ‘불황’이라는 단어가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며 업황을 짓눌렀다. 실적 악화는 물론 기업 자체가 흔들릴 정도의 유동성 위기까지 불거지며 좌초 위기로 내몰리기도 했다. 내년에도 불황의 끝은 쉽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며 업계는 냉기류가 가득하다.
◇흔들리는 해운업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년째 불황에 접어들고 있는 해운업계에 올해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지난 6월 STX팬오션이 법정관리행을 결정하는가 하면 하반기 들어서는 국내 1·2위 선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업계가 들썩거렸다. 운임하락과 유가상승 등으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올 한해 자산 매각, 신규 차입에 집중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적색 경고등은 꺼지지 않고 있다.
업계 1위 한진해운은 지난 10월 30일 대한항공으로부터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을 긴급 수혈받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후 한진해운은 영구채 발행에 제동이 걸리자 3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 중장기 대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대대적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대상선 역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10월 22일 만기도래한 2800억원을 상환함에 따라 올해 당장 막아야 할 회사채와 CP는 없다. 급한 불은 끈 상태지만 위기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에 대한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법정관리 중인 STX팬오션은 지난달 22일 회생계획안 인가와 동시에 경영 정상화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회생안 인가는 법정관리 신청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법원은 STX팬오션 경영정상화 작업과 함께 매각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계는 저공비행= 항공업계 역시 일본 노선 수요 하락세를 비롯한 세계 경제 회복 지연 등 대내외적 악재의 영향 탓에 올 한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같은 악재들은 대형 항공사들에 직격탄을 가했고 3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돼 수익성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악화됐다.
대한항공은 4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년 동기 실적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601억원, 매출액 3조18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2%, 3.4% 감소했다. 특히 화물부문은 세계 경기 회복 지연과 국내 생산기지 해외이전, 유럽 수요 하락의 영향으로 한국발 수송량은 9%, 구주 노선 환적 화물은 25% 각각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대내외적 침체 요인에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사고라는 또 다른 악재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를 면치 못했다. 지난 3분기 634억38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5192억원으로 3% 줄었으나, 당기순이익은 828억100만원으로 3.3% 늘었다.
반면 저가 항공사(LCC)들은 대형 항공사들과 달리 불황을 비켜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LCC에 승객 점유율 우위를 내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1~10월 기준 국내선을 이용한 승객 수는 총 3752만8716명으로, 이 중 LCC 5개사의 승객 점유율은 49%를 차지해 조만간 대형 항공사 국내선 이용 승객 수의 추월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제선 승객 점유율 역시 LCC와 외국 항공사들이 국내 대형 항공사를 누른 지 오래다. 같은 기간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 중 대형 항공사를 이용한 사람은 43%로 집계됐다. 나머지 57%는 외국 항공사와 국내 LCC를 이용한 승객들이다. 게다가 국내 LCC들은 서둘러 차기 새로운 먹거리로 ‘화물 운송사업’을 택하며 새로운 성장 기반까지 확보하는 등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