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서 청책 토론회
"마음이 아프다. 여성들의 최소한의 인권을 위해 최일선에서 일하는 시설 종사자들이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 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시와 중앙정부에서도 이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5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원순씨와 함께 하는 청책' 토론회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여성복지시설 종사자에 대한 자리가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김재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가정폭력보호시설 81개소 종사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144만6000원으로 78.6%가 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고 있다.
이 중 100만원 미만을 받는 종사자는 11.9%에 달한다. 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임금 가이드라인 대비 62%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영순(가명·성폭력상담소)씨는 "여러 상담소에서 활동한 경력으로 10호봉이 됐지만 이에 해당되는 인건비를 받을 수가 없다. 20호봉인 소장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10호봉에 해당되는 급여를 받게 되면 다른 상담원이 최소한의 생활도 되지 않는 인건비를 받아가야 하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폭력 관련 상담소와 보호시설은 별도의 임금 가이드라인 없는 상황이다. 주어진 예산 총액에서 10~20%범위 내에서 운영비로 직접 집행해야 한다는 규정 정도가 있을 뿐이다.
여성복지시설의 90%가 24시간 근무하는 생활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46%가 야간근무 교대제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한 성매매보호시설 실무자는 "교대로 야간 당직을 할 수 있는 선생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14.5시간에 달해 법정 연장근로시간인 12시간보다 길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4.1시간에 달한다.
청소년 지원시설에서 일하는 미옥(가명)씨는 "모든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한다. 당연히 주말이나 공휴일, 명절도 예외는 없다. 아이들과 항상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당직 이외에도 야근을 3~4시간씩 하고 있지만 5년째 시간 외 수당은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폭력상담소 종사자의 경우 가해자 또는 피해 남편 등의 협박에 시달리기도 한다.
시설 종사자 선정(가명)씨는 "명함이 있어도 줄 수 없다. 어느 복지시설에서 일하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피해자 남편이 집까지 찾아와 가정파탄범이라며 협박을 한 적도 있다. 5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부모님도 내가 일하는 시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2010년 여성가족부 조사를 보면 성폭력 상담소 종사자의 37%는 가해자로부터 직접 욕설이나 협박에 시달린 경험이 있고, 이 중 6.5%는 칼이나 흉기로 위협을 경험했다. 1.9%는 목조르기 등 심각한 신체폭력에 시달렸다.
미혼모 시설 종사자 윤경(가명)씨는 "올해 대학을 갓 졸업해 미혼모시설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3개월만에 먼저 있던 생활복지사 선생님이 퇴사를 했고, 업무를 숙지하지도 못한 채 모든 업무를 떠앉았다"며 "5세대를 관리하는데 지원되는 인력은 2명 뿐이다. 모든 업무를 맡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들의 평균 근무기간은 3.6년으로 짧다. 이 중 31%는 1년 이내에 직장을 포기한다.
한 성폭력 지원시설 실무자는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직이 증가하는 것은 뻔한 일"이라며 "피해여성을 위한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 미혼모시설 입소자는 "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곳에서 가족같이 생각한 선생님들이 자꾸 바뀌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헤어짐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도 큰 고통이다"고 눈물을 보였다.
박 시장은 "취임 당시 26%에 불과했던 복지예산은 내년예산안에서 32%까지 끌어 올렸다. 그럼에도 OECD 국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며 "내년도 예산에서 사회복지시설의 보수를 공무원 수준의 95%로 책정했다. 여성복지시설 종사자 역시 동일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