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해외판매 -1.3%…쏘나타 모델 노후화도 영향
현대자동차의 엔저(엔화약세) 충격이 현실화됐다. 주력 해외시장인 북미에서 판매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이 회사의 해외판매는 35만4231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현대차의 해외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0.9%)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공장별로는 전년 동기 대비 국내생산수출은 9.2% 줄었고 해외생산판매는 2.6% 증가했다. 올해 현대차의 해외생산판매가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성장률도 기대치에 미치치 못했다.
현대차의 해외판매 감소는 엔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달러당 엔화가치는 일주일 이상 100엔대를 웃돌며 엔화약세를 보였다. 엔화가 이 같은 약세를 보인 것은 5년여 만에 처음이다.
업계는 북미에서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엔저를 활용한 가격할인 공세에 나서면서 현대차 판매가 적잖은 타격을 받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105만8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토요타는 8.1% 늘어난 186만7000대, 혼다는 8.5% 증가한 127만4000대, 닛산은 9.1% 늘어난 103만2000대를 미국 시장에 팔았다.
내년 엔화 약세가 더 가파를 것이란 건 현대차에게 더 큰 문제다. 국내외 시장조사기관은 내년 엔 달러 환율이 110엔대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증시도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해 최근 6년여 만에 최고치를 보이는 등 해외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현대차 등 해외에서 일본업체와 경쟁을 벌이는 기업에게는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현대차 역시 내년 엔저에 대비해 전략실 임원들에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등 국내외 시장환경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현대차의 해외판매량 하락은 영업일수 감소 영향도 있었던 만큼 속단은 어렵지만, 12월에도 줄어든다면 엔저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이 미국에서 가격 할인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오래된 모델인 ‘쏘나타’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