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장선도 책임경영 강화…적자 낸 GS건설 대폭 물갈이
10대 그룹 인사 시즌의 막이 올랐다. 재계 4위인 LG그룹은 27일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임원인사를 단행했고, 같은 날 재계 8위 GS그룹도 전 계열사의 인사를 발표했다.
두 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성과에 따른 ‘신상필벌’과 ‘위기돌파’다. 다음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재계 1위 삼성과 2위 현대차도 이들 두 개의 키워드가 화두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LG전자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승인했다. LG전자는 ‘G시리즈’ 등 시장 선도 제품으로 사업의 근본 체질을 강화한 MC사업본부장 박종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반면 HE사업본부장인 권희원 사장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권 사장 후임으로는 LG 시너지팀을 맡아온 하현회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하 사장은 LG디스플레이에서 TV·PC·휴대폰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맡아 성과를 냈다.
LG전자는 또 미래, 육성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 확보와 경영 시스템 최적화로 사업성과 극대화에 기여한 CFO(최고재무책임자) 정도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기존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통해 LG전자는 5개 사업본부와 최고기술책임자, 최고재무책임자, 최고운영책임자 등을 모두 사장급으로 채웠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직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시장 선도를 위한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일부 조직개편도 단행해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비했다.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제품 사업담당별로 운영해 온 연구소를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만들었고, 제품 사업담당별로 운영돼 온 해외 영업조직을 사업본부장 직속으로 흡수했다.
GS그룹은 이날 정찬수 GS 경영지원팀장과 조윤성 GS리테일 전무 등 2명을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44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GS그룹의 인사 기준도 ‘신상필벌’이었다. 해외 건설사업 부진으로 대규모 영업적자를 낸 GS건설은 상무 이상 임원 62명 중 21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6월 임병용 사장이 새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국내·해외총괄과 플랜트본부장을 교체한 이후 5개월여 만에 내려진 후속 조치다. GS건설은 지난 3분기까지 7993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 사업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엔지니어들을 대거 발탁하고 위기돌파라는 특명을 내렸다.
다음주로 예정된 삼성도 성과에 따른 철저한 보상과 위기돌파를 위한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인사에선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에서 대규모 승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전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과 스마트폰을 책임지는 신종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오너가에선 패션사업을 맡아오던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사장 승진 및 삼성에버랜드로의 이동 여부와 이부진 호텔신라 및 에버랜드 사장이 부회장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전자 계열이 아닌 금융·화학·건설 계열사에서는 실적에 따라 일부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 또한 나온다.
특히 삼성은 최근 잇따른 계열사 간 사업조정이 있었던 만큼 이를 반영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인수하고 대신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넘기기로 했으며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SK는 다음달 중순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실적이 나쁜 계열사 CEO 2~3명 정도가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그룹 인재육성위원회에서 대상자에 대한 평가를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이재성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킨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달 초 임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다음달 말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한다. 최근 R&D 최고책임자를 경질한 바 있는 현대차는 정기 인사에서도 신상필벌 원칙을 철저히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승진 폭은 예년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롯데·포스코 등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김승연 회장이 재판 중인 한화그룹의 인사 시기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