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KT, IBK’… 또 낙하산 바람 부나?

입력 2013-11-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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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길 전의원·김동주 전 차관·김광수 전 원장 등 차기 내정설

포스코, KT, IBK기업은행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내정설에 경제계가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전문성마저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22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전문가인 외부 인사에게 기업을 맡긴다는 것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승객에게 배의 방향타를 쥐게 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낙하산 인사의 폐해에 대해서는 과거에 충분히 학습한 만큼,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의 이 같은 반발은 내정자들의 면면이 해당 기업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김원길 국민희망포럼 상임고문의 경우 철강 업계의 경력이 전무하다. 기업과 연을 맺은 것도 1967~1982년 대한전선, 1985년 청보식품 대표이사 사장이 전부다. 이후에는 정계로 진출, 민주당에서 14대, 15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6대 국회의원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으로 활동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2002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2007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를 지지했으며, 대선 캠프에서 박 대통령 당선에 일조했다. 경제계에는 김 상임고문의 이러한 경력이 기업 경영과는 거리가 먼 만큼, 서열 6위인 포스코를 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석채 전 회장이 물러난 KT도 비전문가의 후임자 내정설로 시끄럽다. KT 이사회는 이달 18일 이현락 이사를 위원장으로 한 CEO추천위를 구성, 25일 첫 회의를 열고 공모방식 등 구체적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청와대를 중심으로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08년 정통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 때문에 재계 서열 11위인 KT를 이끌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주로 장관급이 거쳐간 KT의 CEO 자리를 맡기엔 격이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계 고위 관계자는 “KT의 규모에 비춰볼 때 당연히 다국적기업 CEO 자격을 갖춘 전문경영인이 선임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차기 기업은행장 자리를 놓고도 ‘모피아(MOFIA·옛 재무부의 영문 약칭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다음달 27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았으나 지난달 31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경영위기를 겪는 만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경제계 다른 관계자는 “지분이 하나도 없는 포스코, KT의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정부의 태도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정부가 낙하산 인사 관행을 고집하는 것은 누가봐도 앞뒤가 안맞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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