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실감사’ 삼일회계법인, 140억원 배상금 물어야”

입력 2013-11-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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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코스닥 상장업체에 대한 부실감사로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상장폐지된 코스닥 업체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대표와 회계법인을 상대로 수백억원대의 소송을 내 배상 판결을 받은 것이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최승록 부장판사)는 ‘삼일회계법인의 코스닥 상장업체 포휴먼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보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 137명이 삼일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투자자들에게 1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손해액의 80%를 배상하라는 주주들의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회사 대표 이모씨는 240여억원을, 삼일회계법인은 140여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재판부는 삼일에 대해 “외부 감사인으로서 감사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며 “다만 회사의 조직적인 공모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책임을 손해액의 3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포휴먼은 2002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2008~2010년 3년 동안 164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세금계산서·수출입면장 등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414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처럼 분식회계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이 기간 동안 회계감사를 맡아 ‘적정’의견을 냈다. 삼일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포휴먼의 일본 자회사의 거래처에 대한 실사를 나가 회사 쪽 말만 듣고 엉뚱한 회사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회계사들이 포휴먼이 계약서에도 없는 내용을 핑계로 부실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지 않았는데도 계약서를 확인하는 등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휴먼은 2011년 상장폐지됐다. 이 대표는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재판에서 “포휴먼과 자회사 임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해 분식회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매출 대부분이 분기말에 집중되거나 자회사 간에 이뤄져 가공 매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며 “직접 최종 거래처에 문의하는 등 심층적으로 감사해야 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13일 항소했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9월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네트웍스의 외부감사를 맡아 적정의견을 내 부실감사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현재 3700여명의 회계사 및 변호사를 보유한 삼일은 국내 최대 회계법인으로 김앤장과 함께 국내 인수·합병 자문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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