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의 ‘思子曲’

입력 2013-11-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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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 지난달 세상 떠나… 장례식 마치자마자 국감 준비 ‘선공후사’ 귀감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스물여덟 해 함께 살아온 애를 이렇게 보낸다는 것이 몹시 힘들었습니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기도 하고 심장에 큰 구멍이 뻥 난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도 저만치에서 씩 웃으며 건강할 때의 건장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 같아 주위를 한참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최근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지난 9일 큰아들을 경기도 광주의 한 추모공원에 묻고 나서 지인들에게 손수 친필로 보낸 편지에서 이 같은 큰아들을 잃은 슬픈 사자곡(思子曲)을 전했다. 김 실장의 큰아들은 취업 후 농구를 하다 허리를 다쳐 병원에 갔다가 급성백혈병 판정을 받고 2년 1개월간 투병하다 지난 10월 7일 새벽에 세상을 떠났다.

김 실장은 큰아들 장례식을 주위에 알리지 않고 조의금도 받지 않는 소박한 장례식을 치렀다. 국무조정실 직원 대부분이 장례식이 끝난 다음에 부고 사실을 알 정도였다. 김 실장은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국무조정실 국정감사를 챙기고자 주말에 출근해 모범적인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공무원 자세를 보여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이례적으로 김 실장을 위로하는 말을 시작으로 국감을 진행했을 정도다.

이 편지에서 김 실장은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고 섭섭해 하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며 “저희 가족 일로 주위 분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편지에서 김 실장은 “덕환이는 병상에서도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 아파야 한다면 엄마, 아빠나 동생이 아니라 자기인 것이 다행이라고 이야기했던 착한 아들이었습니다”며 “자상하고 가슴이 따뜻한 청년으로 어려운 공부를 할 때나 투병을 할 때도 남을 배려했고 자신보다 늘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을 썼습니다”며 큰아들의 애틋한 마음을 토로했다.

특히 장례를 하는 동안 김 실장은 큰아들에 대해 많을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편지에서 “멀리 시애틀과 몽골에 있는 친구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했고, 덕환이가 다녔던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에서는 추모예배가 열렸으며, 모교인 워싱턴 대학 친구들은 덕환이를 추모하는 벤치를 제작해 학교에 기증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큰아들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큰아들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김 실장은 당시 큰아들을 잃은 깊은 슬픔에 총리에게 사의를 표했으나 총리의 만류로 다시 공직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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