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판매가 뭐길래] 위험보다 수익 앞세워 투자 유혹

입력 2013-10-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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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파산 땐 투자자 원금보전 어려워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 및 회사채 개인 투자자들이 9일 오후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동양사태 피해자 대집회’를 갖고 진상 규명과 근본적 해결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불완전판매가 동양 사태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양그룹 CP(기업어음)와 회사채를 샀다가 손해를 보게 된 개인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에 따른 투자였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금융당국 첫 국민검사청구 = 불완전판매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자의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 투자를 권유하거나 △투자 권유 시 해당 상품의 투자 위험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거짓 정보 등을 제공하면서 투자 권유를 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동양그룹 CP와 회사채뿐 아니라 지난 2011년 발생한 LIG건설 CP 발행 사태, 저축은행 후순위채권 등 대규모 개인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이번 동양사태는 고객 가운데 99%가 개인투자자라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동양증권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회사채와 CP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투자자 수는 4만9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투자 금액으로 전체의 92.6%, 고객 수 기준으론 99.2%가 개인투자자다. 2011년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 투자자(약 2만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따라서 저축은행 사태 당시 보다 개인 피해와 사회적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동양증권의 채권 불완전판매에 대한 국민검사청구를 받아들였다. 피해 신고가 1만5000건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전면적인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민검사청구제는 일반 국민이 직접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성인 200명 이상이 검사를 청구하면 심의를 거쳐 금융회사의 위법·부당행위 여부를 따진다. 올 5월 도입된 제도로 금감원이 청구를 받아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일단 검사 청구자 600여명의 사례를 전수 조사해 피해 규모 및 유형을 가릴 계획이다.

이번 국민검사청구는 대부분의 CP와 회사채 판매가 동양그룹의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이뤄진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제대로 상품 내용과 위험성을 알렸는지에 대한 여부, 이른바 불완전판매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 규명이 초점이 될 전망이다.

◇불완전판매 법적 구제도 어려워 = CP와 회사채는 예금자 보호 상품이 아니라 금융투자 상품이다. 회사채는 보통 3년, CP는 1년 미만의 만기로 이자가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회사가 파산하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CP와 회사채 투자자들의 손실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재산보전 처분이 내려져 돈이 묶이게 되며 회생 계획안에 따라 조정된다. 이때 회사채나 CP 같은 채권은 담보권자에 비해 순위가 뒤처져 원금 대부분을 날리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고지와 향후 변동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판매시 당연히 뒤따랐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번 동양 사태와 관련, 600명에 달하는 투자자가 국민검사청구를 요청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상당수 구매자는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가 비정상적이고 조직적으로 불완전 판매됐을 소지가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호준 의원(민주당)이 17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동양그룹 관련 주요 내용별 분쟁조정 신청 유형’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화로 가입을 권유받고 상품가입 서류를 미작성한 사례 △고객에게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는 등 부당권유 사례 △투자 상품에 대한 위험성 설명 불충분 등 대표적인 불완전 판매 사례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주요 유형별로 간단하게 신고 사례를 살펴봤지만 동양 기업어음과 회사채가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비정상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불완전 판매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불완전판매의 피해를 입더라도 실제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투자 관련 서류에 직접 서명을 한 경우 투자 위험 등을 인지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앞서 저축은행 후순위채 피해자 가운데 금감원에 불완전판매를 신고한 경우는 20~42%의 배상 비율을 적용받았다. 40%대는 투자설명서를 받지 못한 일부 투자자였다. 투자설명서에 서명을 했다면 금액이 더 줄어들 수 있다.

피해 보상이 늘어날 수 있는 마지막 경우는 현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보상하는 것이다. LIG그룹의 경우 올 초 오너 일가가 사재를 털어 2억원 미만의 LIG건설 CP 투자자에게 일부 보상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2억원 이상 CP에 투자한 사람들은 구제받지 못했고 실제 배상금 총액 역시 234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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