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국내와 같은 주택시장 현실에서 전세와 사글세는 모순 관계에 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집을 빌려 살아야 하는 서민들이 많다는 것은 집이 그동안 투기와 투자의 대상이 되어왔다는 것을 방증한다. 전세는 집 없는 서민들에게 유리하고 월세는 집주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4인 가족 기준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세금 2억5000만원에 살고 있던 30평 아파트가 갑자기 1억5000만원에 월 100만원으로 월세 전환이 된다고 가정하면 사실상 가계소득이 100만원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전세금 2억5000만원 중 1억원을 연리 4%에 빌려 사용하고 있다고 하면 연간 집을 빌리는데 사용하는 현금은 480만원이다. 월세로 전환됐을 경우의 1200만원과 비교해 2.5배 수준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또 월세비용으로 부담할 수 있는 전세금 상승분은 무려 1억5000만원이다. 이는 집주인이 전세금에 대한 월세를 계산을 할 때 8~10%의 이자를 감안하기 때문이다.
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여유 주택을 마련했는데 집값은 오히려 내려가니 막대한 비용이 생기게 된다. 사들인 집값 상승분으로 대출 이자분을 상쇄하고도 남아야 하는데 오히려 주머니가 비어가니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이런 모순 상황 속에서 전세수요자와 집주인들에게 여전히 나타나는 공통점은 아파트 신화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땅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30년 있다가 남는 것은 30년 전에 새 집값까지 쳐주고 산 몇 평 되지 않는 땅에 대한 권리뿐이다. 집주인도 떨어진 집값과 그동안 낸 이자를 빨리 회수해야 하는 심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집주인은 아파트 신화에 대한 거품을 얼른 넘겨야 하고 세 들어 사는 서민들은 이 거품을 떠안지 않고 집을 사고 싶다. 세 들어 살다가 뒤늦게 집을 마련한 서민도 미래에 현재의 집주인의 심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 들어 사는 서민들에게 얼른 집을 사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월세와 전세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파트를 가격이 떨어져서는 안되는 본질가치를 지닌 투자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국민들의 심리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회계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는 감가상각이 되어야 하는 유형 설치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