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일이 반드시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거대 정유사 로열더치셸의 피터 보서 최고경영자(CEO)가 셰일붐 투자를 후회한다고 고백했다고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그는 임기 3개월을 남겨 두고 있다.
셸을 비롯해 엑슨모빌과 셰브런 등 정유업계 ‘빅3’는 기존 원유 생산 감소에 대응해 셰일가스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 3사의 셰일 유전 개발 및 탐사·생산 비용은 지난해에만 1110억 달러(125조원)에 달했다.
셸은 이제까지 세일가스 프로젝트에 총 240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알래스카 해안에서 시추작업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다른 지역에서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8월 21억 달러 규모의 북미 지역 셰일 자산을 상각 처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순이익은 전년보다 60% 줄었다.
회사 측은 21억 달러 규모의 상각처리와 관련해 “북미 지역에서의 시추와 생산 사업이 손실을 낳고 있다”면서 “올해 말이나 그 이후까지도 계속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셸은 미국 텍사스에 있는 일부 셰일 자산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셰일 유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글로벌 정유업계 1위인 엑슨모빌을 비롯해 셰브런도 수익성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 석유생산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정유업계의 대규모 셰일가스 투자가 단기에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품시장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보서 CEO는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서 셰일가스 역시 적자사업이 됐다”면서 “매출이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30억 달러 이상을 상각할 수 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내년 CEO직에서 물러나는 보서는 정유사업을 비롯해 마케팅을 훌륭히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셸에 합류한 보서는 2009년 셸과 로열더치가 통합되면서 그룹 CEO직에 올랐다. 그는 190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액화가스 공장 건설을 비롯해 다수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휘하면서 회사를 업계의 선두주자로 만들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