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침체의 터널을 뚫고 경기가 드디어 바닥을 찍은 것일까. 생산·투자·소비 등 3대 경제 지표들이 모두 모처럼 호조세를 보이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가 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것도 국면전환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개선돼 얼어붙었던 기업 경기심리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회복세를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정책 효과가 큰데다 민간 부문 투자가 여전히 부진해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자동예산 삭감 등의 대외 불안요소가 남아있는 점도 악재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1.8% 늘며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내수의 핵심 지표들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소비는 백화점 등의 매출 증가로 전달 대비 0.4% 증가했다. 설비투자 역시 1년 전보다 4.6% 올라 16개월만에 전년 대비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앞으로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향후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가 전달보다 0.3포인트 오르며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같은날 내놓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9월 제조업 업황 BSI는 75로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해 두 달 연속 개선됐다. 대기업 경기 선행지표인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6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8·28 전·월세 대책 이후 3주간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가 상승하고 주택거래건수가 증가하는 등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이같은 주요 지표 호조로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8월 광공업 생산 증가와 관련, 자동차 업계의 증산과 휴대전화 업계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면서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경영성적표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둡기만 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상장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5%로 전년 동기대비 0.8%포인트 올랐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경우 4.1%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8월 산업활동은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증가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확대된 모습이지만 투자가 월별로 등락을 거듭하는 등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