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국가재정법 연내 개정 추진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나 국회가 재정투입이 필요한 법률안을 함부로 만들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올해 정기국회에서 재정수반 법률에 대한 페이고(PAYGO·Pay As You Go) 원칙 등 재정준칙을 도입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여당과 협의중”이라며 “야당도 찬성할 수 있는 범위의 안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페이고는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 재정수반법률 제출시 세입대책을 마련하거나 다른 의무지출을 줄이도록 의무화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 하에서는 각 부처가 의무지출 소요를 증가시키는 법안을 추진할 때 늘어난 부분만큼 다른 의무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한다.
1980년대 무역과 재정에서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은 1990년 예산집행법을 제정해 페이고 준칙을 도입하고 재량지출에는 지출 상한선을 씌웠다. 법안 제출은 자유롭게 하되 예산안을 의결할 때 총량 차원에서 페이고 준칙을 적용하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도입된 페이고 준칙은 년 미국이 30년 만에 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하는 데 톡톡하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페이고 준칙은 2002년 폐지됐다가 그 뒤로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속도로 불어나면서 2010년 관련 준칙이 재입법·영구화됐다.
정부와 여당이 페이고 원칙의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크게 증가하는 복지비용 등 의무지출이 재정건전성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내년도 예산안의 의무지출은 168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47.2%이며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오는 2017년에는 51.7%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기재부에 관계자는 "2013~2017년 기간 기초연금 등 복지분야 법정지출의 빠른 증가로 의무지출 증가율(6.9%)이 재정지출 증가율(3.5%)의 두배, 재량지출 증가율(0.4%)의 17배에 이른다"며 "이대로 가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계산서를 고려하지 않고 ‘돈 드는 법안’을 만들어 내는 관행이 여전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1년의 경우 국회가 의결한 재정수반법률 459개 가운데 비용추계서가 있는 법안은 전체의 9.4%에 해당하는 43개 법안에 불과했다.
제출된 경로별로 보면 국회 상임위원회가 제안한 법률 327개 중에는 비용추계서가 첨부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의원발의안 98개 중에는 35.7%만이 비용추계서가 포함돼 있었고 정부부처가 제출한 법안은 그보다 낮은 23.5%만이 비용추계서가 함께 제출됐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페이고 원칙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증가하는 의원입법에도 이를 적용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 재정소요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예산결산심의위원회에서 반드시 재정계획과 법률을 함께 검토해 심사하는 규정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