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STX, 누가 허수아비 사장 하겠나- 최재혁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9-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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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혁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후보가 취임을 이틀 앞두고 사퇴한 것을 두고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 교체 강행이 박 후보의 자진사퇴를 불러온 자충수란 분석 때문이다.

산은의 STX그룹 인사는 전광석화였다. 산은은 올해 초부터 자율협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주)STX에 인력 감축을 압박했다. 이어 STX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지 채 한 달이 지나기 전인 8월 말, 강덕수 STX그룹 회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산은이 박 후보(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STX조선해양을 맡아 달라”고 한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인 9월 2일이었다.

이러한 산은의 날림 인사가 당사자들은 물론 주변을 납득시킬 설득력을 갖출 리 없다.

박 후보는 처음에는 STX조선해양의 대표직을 선뜻 받아들였다. 그러나 산은과 수차례 가진 STX조선해양의 정상화 방안 논의에서 산은의 요구를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박 후보는 산은이 회생보다는 정리에 초점을 맞춘 임무를 맡기려 한 것에 불만이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박 후보가 산은에 의해 강제 퇴진된 강 회장을 대신해 STX조선해양 대표에 오른다면 산은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남 눈치나 보는 대표직을 누가 하려 하겠는가.

산은의 무리한 인사권은 STX조선해양뿐만이 아니다. 산은은 지분 31.46%를 가진 대우조선해양 임원 인사의 사전 심사권을 갖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사장이 전무 이상의 인사를 하려면 산은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물론 산은도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주체로서 권한이 있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권력화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최근의 행보가 이와 무관했는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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