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태 사업 패션, ‘제일모직→에버랜드’ 왜?

입력 2013-09-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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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이 23일 패션 사업을 12월 1일부로 삼성에버랜드에 이관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패션 부문은 삼성그룹의 모태 사업인 만큼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1954년 직물을 시작으로 1980년대 패션, 1990년대 화학 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를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사실상 이끌어 왔다. 지난 2005년부터 경영에 참여한 이 부사장은 지난해 2월 제조유통 일괄형 의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를 론칭시키고, 최근 중국 사업을 강화하는 등 패션 부문을 직접 챙겨 왔다.

제일모직은 소재 관련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며 이미 매출의 70%가량을 소재사업으로 거두고 있다. 따라서 소재사업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전환하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녔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내부에서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후문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관련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 측은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 도약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패션 사업과의 시너지가 부족해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제일모직은 전체 사업에 마이너스 요인인 패션을 떼어내고 소재를 글로벌 일등 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패션 사업은 장녀인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사장의 역량을 보태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는 해석이다.

실제 제일모직은 지난 5월 의류시장의 장기 불황으로 ‘후부’, ‘데레쿠니’ 등 일부 브랜드를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제일모직의 지난 2분기 패션은 3대 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55억원)을 기록,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제일모직은 사업 양도로 확보한 1조500억원의 재원을 활용해 화학, 전자재료 등 소재 사업의 생산라인 증설, 연구개발(R&D) 강화 등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종우 소재사업총괄사장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 결정은 제일모직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기존 테마파크와 골프장 운영 등에서 쌓은 노하우를 결합해 아웃도어, 스포츠 분야 등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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