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전시상품’ 전락 탁상행정 전형…은행권, 출시일정 미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한 우리·신한은행의 월세대출 실적은 각각 4700만원(5명), 5400만원(5명)으로 약 5개월간 총 10명에게 1억1000만원을 대출하는 데 그쳤다. 우리·신한은행이 각각 지난 3월과 4월에 상품을 내놓은 것을 고려하면 한 달에 1명 정도 월세대출을 받은 것이다.
월세대출 상품의 실효성 논란은 상품 출시 전부터 제기됐다. 우리·신한은행이 기존에 판매하고 있던 월세대출 실적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감독 당국은 기존 상품에 대한 분석 및 구조변경 없이 금융권에 월세대출 상품을 출시할 것을 지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제로 월세는 서민보다 고소득자가 주로 이용하는 주거형태”라며 “또 기본적으로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는 국민 정서상 수요층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저소득 서민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금리가 그리 낮지 않은 점도 판매 부진의 이유다. 우리은행의 월세대출 금리는 평균 4~6% 수준이며 신한은행은 5~6% 후반에 이른다. 하지만 은행권은 월세대출 상품과 다른 전세자금대출 상품간 금리차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로 제공되는 월세대출은 신용대출 금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1금융권에서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운 7~8등급까지 월세대출을 허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대상을 더 확대하거나 금리 수준을 낮추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에 이달 중 상품을 출시하려 했던 은행들은 일정을 미루고 있다. IBK기업은행만이 이달 말 보증부대출 방식의 월세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며 KB국민, 하나, NH농협, 외환은행 등은 상품 방식과 일정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지침이라 상품을 출시하겠지만 실적은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은행들의 상품 출시가 본격화되면 판매가 약간 늘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