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협금융의 '농협' 명칭사용료- 김희준 금융부 기자

입력 2013-09-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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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이 올해 2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되면서 농협금융지주가 2분기 4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농협금융의 올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 또한 116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농협금융 계열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명칭사용료는 상반기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명칭사용료란 농협금융 및 계열사들이 농협중앙회에 지불하는 일종의 브랜드 사용료다. 상반기 농협은행 2118억원, 농협생명 133억원, 기타 자회사가 16억원을 중앙회에 지불했다. 액수상으로는 농협금융이 거둔 상반기 단기순이익의 2배 가까운 수치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3월 농협금융지주가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명칭사용료로 지난해 4474억원을 거뒀고, 올해 약 4700억원의 명칭사용료가 책정돼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점은 농협의 명칭사용료가 타 금융지주에 비해 과다해 농협금융의 자산건전성 및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계열사로부터 800억원가량의 명칭사용료를 거둬들였다. 이 밖에 KB·하나·산은금융은 계열사에 명칭사용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출범 초기 힘든 정착기를 걷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으로는 보기 드문 적자를 기록한 농협금융을 통해 수익을 뛰어넘는 명칭사용료는 닭의 배를 갈라 알을 찾는 형국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연간 매출액의 2%가량인 4000억원 정도를 중앙회에 명칭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는 데다 올해 매출액과 관계없이 직전 3년(2010~2012)동안 평균 매출액의 2% 수준에서 매년 명칭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한 약정은 이 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2년 연속 임금이 동결된 농협은행을 비롯해 농협금융의 불만도 팽배해지고 있다. 농협금융은 신경분리 이후 100%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주수입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다한 명칭 사용료가 실적 저하로 고민 중인 농협금융의 또 하나의 짐이 된다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 농협법 개정에 얽매이기보다는 농협금융과의 현명한 해답찾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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