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반사효과에 대외적 악재 겹쳐... 하반기 물가상승률 2.1% 전망
상반기 ‘경제활성화’에 매진했던 우리 경제가 하반기 ‘물가불안’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내적으로 경기부양책과 금리인하의 반사효과가 나타나는 동시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따른 환율변동 등 대외적 물가상승 요인이 겹치면서다.
물가는 부분적 변동만으로도 민심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최근 세법개정과 전세가격 폭등 등으로 홍역을 치른 정부 경제팀에 또 한 번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성수품 물가 점검에 나서는 등 물가 관련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한국은행과 경제전망 기관에 따르면 하반기 물가는 상반기보다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반기 1.3%에서 하반기에는 2.1%가 될 것으로 봤고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상반기와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각각 1.3%, 2.2%로 예상했다.
사실 전망에 제시된 대로 소비자물가가 오르더라도 숫자만 놓고 보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지난달까지도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률이 9개월째 1%대에 머무는 등 저물가 추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2%대로 올라서더라도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인 2.5~3.5%보다는 여전히 낮다.
하지만 종종 물가는 부분적 변동이 경제주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의 변동이 있는 경우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10년 배추 파동이다. 당시 배추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지표에는 큰 변동이 없었지만 민심의 커다란 동요가 일어났다.
또 전체적 경기 개선보다 물가상승이 먼저 발생해도 물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절대적 물가상승률이 1%대 이하로 낮더라도 실제 국민들의 소득증가율이 제자리라면 물가가 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나타난다.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커지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2분기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404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가계소득은 1.3% 증가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가상승폭에 따라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KDI 김태봉 연구위원은 “경기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물가상승이 가계소득의 증가율을 상회할 수 있다”며 “공급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부분이라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어느 정도 통화정책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로 물가 관련 흐름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월 들어서는 한동안 열지 않았던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연달아 개최했고 26일에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이 강원도 고랭지 배추 주산지를 방문해 물가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 물가가 상반기보다 조금 오를 수는 있어도 우려할 정도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세법개정안 논란이나 전세대란 등으로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 민심과 직결되는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