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고도 과세미달자로 분류돼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던 사람들이 내년부터는 세금을 내게 된다.
기부금과 의료비 등 특별공제 항목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이들 역시 과세대상자가 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2일 "기존 세법상에서는 특별공제 한도가 설정되지 않은 기부금이나 본인 대상 의료비 지출이 근로소득에 상응하면 연봉이 수억원이 돼도 세금을 내지 않았지만 올해 세법개정으로 내년부터는 이런 사람들이 사라지게 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1억원 이상의 근로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 중 과세 미달자로 분류돼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총 69명이었다.
이들 69명은 평균 1억9천884만원을 벌어들이지만 2천44만원의 근로소득공제를 제외한 근로소득 1억7천840만원 중 1억7천456만원을 특별공제로 처리해 과세대상 소득을 '제로'로 만들었다. 소득을 비용으로 다 처리해버려 과세 대상 소득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근로소득의 경우 급여총계에서 비과세 소득을 제한 총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를 다시 뺀 근로소득금액을 두고 소득공제를 시작한다.
근로소득에서 소득공제 금액을 빼고 난 과세표준 금액을 토대로 세금을 매기는데 소득공제금액이 근로소득에 상응하게 되면 과세표준이 '제로'가 되면서 과세미달자로 분류된다.
소득공제에는 인적공제와 연금보험료공제, 특별공제 등이 있는데 특별공제는 한도가 없는 본인 대상 의료비나 기부금 등 항목이 포함돼 있어 억대 연봉자들이 특별공제 항목을 고무줄처럼 늘려 절세나 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1년 기준으로 보면 억대 연봉을 받고도 과세 미달자인 69명 중 56명이 평균 1억6천796만원을 기부해 과세대상 소득을 제로로 만들어버렸다.
재산소득 등 다양한 소득원을 보유한 이들 억대 연봉자들이 번 돈 거의 모두를 기부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일부 기부금 단체에서 기부금 영수증을 사는 이른바 '소득세탁형' 얌체 기부자일 가능성도 상당하다.
억대 연봉자 중 과세 미달자 29명은 평균 6천10만원의 병원비를 지출해 특별공제금액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총급여에서 필요경비를 빼주고 과세표준액을 산출해 세금을 물리는 소득공제 방식과 달리 내년부터 적용되는 세액공제는 과세소득 금액에 세율을 곱해 세액을 산출하고 일정액을 세금에서 빼주는 방식이어서 고연봉자들의 과세표준액이 '제로'가 될 수 없는 구조다.
올해 2월부터 특별공제 개인별 한도가 2천500만원으로 설정됐지만 이 한도에 기부금을 제외하자는 내용의 입법이 제시될 가능성이 커 고액연봉 받는 과세미달자를 없애는 효과는 세액공제가 실현되는 내년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은 소득이 큰 사람일수록 공제금액도 많아지는 이른바 역진성의 문제가 있었다"면서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고액 연봉자들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고 이 과정에서 고연봉 과세미달자도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