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 한국 금융·외환시장 불안 가능성 낮게 평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아시아 신흥국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부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IB(투자은행)들도 금융·외환 시장 불안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정부는 시장에 불안 조짐이 생길 경우엔 마련해둔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내놓은 ‘최근 아시아 금융·외환시장 동향과 한국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은 여타 아시아 신흥국에 비해 환율, 주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외국인 자금 유출입 측면에서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밝혔다.
환율의 경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불확실성 등으로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는 전반적으로 약세 기조를 보였다. 20일 15시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인 1만675루피아를 기록했고, 태국 바트화는 2012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달러당 31.62바트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원화는 이달 들어 0.24% 절상됐다.
주가 역시 이달 20일 기준 인도네시아 주가가 7월 말 대비 이달 9.44% 떨어지는 등 8월 들어 급락세를 보였지만 한국은 1.36% 빠지는 데 그쳐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국가의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CDS 프리미엄도 한국에선 7월 이후 안정적인 모습이며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입도 유입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신흥국 CDS의 경우 8월 중 베트남은 35베이시스포인트(1bp=0.01%), 인도네시아는 42bp, 태국은 23bp로 크게 오르고 자금 유출세도 계속됐다.
기재부는 보고서에서 주요 해외 IB들도 경상수지 흑자, 재정건전성, 외채구조 개선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제기초체력의 영향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불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BNP 파리바는 21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아시아 통화가치가 급변동하고 있지만 원화의 견조함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일 내놓은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 변동 가능성 분석 결과 인도·호주·인도네시아 등과 비교할 때 원화 추락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바크레이스 역시 지난 2일 올 하반기 한국 주식시장이 큰 변동 없이 다른 아시아 시장에 비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글로벌 달러 강세가 원화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재부는 향후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외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 공개, 9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일본의 소비세 인상 논의 등 주요 이벤트가 즐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시장 불안 조짐이 발생하면 이미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