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자살은 삶의 메뉴에 없다

입력 2013-07-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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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 부국장 겸 문화부장

“남성연대 부채 해결을 위해 1억원만 빌려 달라. 내일 한강에서 뛰어내리겠다” 성재기(46) 남성연대대표가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그리고 그는 충격적인 일을 벌였습니다. 26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한 것입니다. 29일 오후 서울 서강대교 남단에서 성씨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지난 23일 경기 성남 분당의 한 고시텔에 싸늘하게 변해버린 주검이 있었습니다. 시신 옆에는 가족에 미안함과 애정 그리고 검찰 수사의 원망을 담은 유서가 놓여있었지요. 우리시대 최고의 드라마 연출자인 ‘모래시계’‘여명의 눈동자’의 김종학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입니다. “자살을 시도했다” “너무 힘들어 손을 그은 적 있다” “우울증에 너무 괴로워 약을 먹고 죽으려 했다” … 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스타와 연예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방송에 나와 아무렇지도 않게 자살을 시도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한 끔찍한 자살 퍼포먼스, 급증하는 스타와 방송인 등 유명인 자살, 그리고 연예인들의 무분별한 자살시도 고백이 우리사회를 충격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있습니다. 생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방 자살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헬스데이터 201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10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33.5명으로 2009년 28.4명보다 5.1명 늘었고 이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을 뿐 아니라 회원국 평균치인 12.8명의 2.6배에 달합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5년 전에 비해 남녀 모두 감소했으나 유독 우리나라는 증가세를 보여 자살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같은 높은 자살률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연예인 등 유명인 자살, 무분별한 자살 발언, 생명을 담보로 한 극단적인 퍼포먼스와 무관한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진실이 자살한 2008년 10월 2일 이후 자살자가 예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10월 자살자는 1793명으로 9월 1083명에 비해 한 달 사이에 무려 710명(65.6%)이나 증가했고 이는 2007년 10월(967명)과 비교해서도 85.4% 늘어난 것입니다.

최진실뿐만 아닙니다. 스타 이은주가 지난 2005년 2월 22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연예인의 자살 때마다 일반인의 자살 사건이 크게 늘었습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나쁜 일이라도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대상이 하면 받아들이기 쉬운 심리가 있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이 자살하면 일반인들이 자살에 대해 갖고 있는 심리적인 문턱도 낮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더 큰 문제인 것은 성인보다는 그들을 선망하고 좋아하는 청소년과 청년층의 자살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송태민 연구위원은 지난 2005~2010년에 발생한 5명의 유명 연예인 자살사건 전후로 1개월간의 자살 통계를 비교한 결과 중장년층(1955~1963년)은 유명 연예인 자살 사건 이후 자살자 수가 33% 늘어난 반면 청소년과 청년층(1979~1992년)은 78%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우리사회에서 자살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사회적 중증 질환입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특히 일반인의 생명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키고 자살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 모방 자살 등 자살사건 증가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의 자살문제도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이제 스타 차인표의 말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때입니다. “인간의 삶의 메뉴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살은 포함돼 있지 않다. 자살은 결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세상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계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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