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인사 금융계 곳곳 포진
가장 최근에는 ‘영원한 대책 반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합류했다. 그동안 금융감독정책을 총괄 지휘했던 막강한 금융위원장이 택한 다음 자리였다.
한금연 특임연구실이 세간의 시선을 받기 시작한 것은 김 전 위원장이 적을 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행정고시 17회)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행정고시 20회), 이승우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행정고시 22회) 등 금융권 거물들이 한금연 특임연구실을 거쳤다.
또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행정고시 6회), 이철환 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행정고시 20회),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행정고시 22회) 등 전직 고위 인사도 현재 특임연구실에 이름이 올라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이 금융연구원을 주목하고 있다. 한금연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의 주요 요직으로 잇따라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최근 금융권에서는 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인 ‘연피아’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 19일 국민은행장에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장 출신인 이건호 국민은행 부행장이 선임됐다. 금융연구원 출신이 민간은행 CEO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설립 20여년 동안 축적한 연구 역량과 인재풀을 바탕으로 금융권 내 입김이 세지고 있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기점으로 이상제 금융위 상임위원, 임형석 국제협력관, 연태훈 금융위 자문관, 서정호 금융감독원 자문관과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이장영 금융연수원장 등이 한금연을 거쳤다.
금융권의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 최공필 우리금융지주 전략총괄 전무 등도 금융연구원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삼성그룹에서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도 같은 뿌리다.
사실 책상에서 연구만 하던 학자들의 사회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금연은 한껏 고무돼 있다. 과거에는 자문관 같은 보좌 역할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조직의 수장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금연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론과 실무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한금연의 조직문화를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금융연구원 보고서는 금융당국의 정책 수립에 반영되고, 이는 은행보험 등 민간 영역에 곧바로 적용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원들도 자연스럽게 ‘연구-정책생산-실무적용’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들이 잘 나간 것처럼, 최근에는 금융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고위직을 장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정 부위원장 등 4명과 금감원 자문관을 포함하면 금융당국에만 5명의 한국금융연구원 출신 인사가 근무 중이다. 한국은행, 감사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도 연구원을 파견했다.
이처럼 금융연구원이 금융권의 금맥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민간연구 기관이지만 각종 정책 연구를 수행할 때 사실상 금융위원회의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산하기관과 비슷한 성격을 띤다. 특임연구실 소속 전현직 초빙 연구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금융위의 상부조직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하지만 금융연구원이 퇴임한 금융관료들의 임시 거처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폴리페서(polifessor) 현상이 금융분야에도 자리를 잡으면서 그 중심에는 금융연구원 출신들이 한몫한다는 지적도 있다.
퇴임 관료들에게 주어지는 특임 연구위원의 경우 해야 하는 역할이 애매모호해 사무실과 명함뿐인 직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특임 연구위원들이 어떤 연구에 참여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임연구실은 자체 보고서나 정기 발행물을 내놓지도 않는다. 특임연구실 설치 이후 8년 동안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점 역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금연의 역할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많지만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부와의유착 등에 대한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