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오자룡이… 최고다… 속 노골적 ‘제품’ 클로즈업
또 유인나는 어린 조카에게 봄옷을 사주겠다며 옷가게로 데려간다. 등산복을 배경으로 네파 브랜드 로고가 있는 옷걸이가 화면 곳곳에 등장한다. KBS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장면들이다.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차별적 간접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간접광고에 대한 법적 규제가 완화됐고, 노골적인 브랜드 노출이 가능해지자 광고주들은 적극적인 형태로 간접광고에 나서고 있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7일까지 실시한 주간 시청률(지상파3사, 닐슨코리아, TNmS) 20위 내 드라마의 간접광고 실태 모니터 결과 모니터 대상 12개 작품에 총 110개의 제작지원이 있었다.
시대극인 KBS2 TV 소설 ‘삼생이’를 제외하면 드라마 1편당 10개 정도의 제작지원 업체와 협찬이 붙는 것이다. 조사된 제작지원 업체 현황을 살펴보면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14개로 가장 많았고, ‘오자룡이 간다’(13개), ‘최고다 이순신’(12개)이 뒤를 이었다.
해당 드라마 속 간접광고는 등장인물의 동선에 따라 업체명이나 제품이 노출되도록 배치하고, 제품을 의도적으로 클로즈업해 부각시키는 방식을 통해 광고효과를 준다.
특히 드라마 주요 인물의 직업군을 제작지원이나 협찬과 관련된 업체로 설정함으로써 드라마 배경과 장소, 소품 등에 수시로 브랜드명과 로고가 등장해 직접광고 수준으로 간접광고가 드라마 전반에 만연해 있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한석현 팀장은 “시청자 단체는 간접광고 허용 여부를 꾸준히 반대해왔다. 사극에도 광고가 등장할 정도”라며 “극 전개와 무관하거나 등장인물의 주 활동 무대가 제작지원사들로 이뤄지다 보니 간접광고가 범람하게 되고 시청자들의 반감까지 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팀장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질도 떨어지고 시청률도 떨어진다. 결국 부메랑 효과가 돼 돌아올 것”이라며 “광고 형태에 대해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 법령 자체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제작사들의 자율적 간접광고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드라마 제작사는 힘든 제작 현실을 고려할 때 간접광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계약하는 방송표준 지급 제작비만으로는 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화네트웍스 김태영 PD는 “광고주를 유치하다 보면 광고주와 제작사가 생각하는 간접광고의 노출 수위가 틀리다”며 “최대한 조율하고 입장을 반영해 진행하려고 하지만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심의 기준이 애매하다.
상황에 따라 엄격한 허용 범위와 가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해석의 차이에 따라 달라져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