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맥주 마시고 렉서스 타는 한국… 글로벌 1위 삼성TV도 日선 발 못붙여

입력 2013-07-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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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엇갈린 소비행태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에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하이트맥주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7일까지 운영한 일본계 맥주 기린의 팝업스토어인 ‘기린 이치방 가든’이다.

개성적 소비성향을 가진 ‘트렌드세터(유행을 이끄는 사람)’가 모이는 가로수길에서 한 제품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다. 기린 이치방 가든은 일 평균 1000여명 이상의 고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녁 시간에는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기린 프로즌 나마(맥주 거품을 -5℃로 얼린 제품)’를 맛볼 수 있었다.

기린의 인기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계 맥주는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대박을 쳤다. 수입 맥주 세 병 중 한 병은 일본산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상반기 맥주 수입액은 3951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59만 달러보다 21.2% 늘었다. 이 중 일본산 맥주의 수입액은 1322만 달러로 전체의 33.5%를 차지했다. 지난 2011년 일본산 맥주의 수입 비중이 20.9%였던 것과 비교해 2년 새 12.6%포인트 시장점유율이 늘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일본이 대세다. 1972년 일본에서 설립된 모스버거는 2011년 10월 모스버거코리아를 설립하며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2012년 2월 잠실롯데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강남역, 신촌현대, 수원 AK, 반포 센트럴시티 등 전국에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모스버거도 각 매장이 생길 때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햄버거를 먹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햄버거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과 달리 주문을 받은 뒤 만드는 모스버거의 ‘애프터오더’ 방식이 인기의 비결로 꼽히고 있다.

일본차도 국내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토요타의 렉서스는 지난 2006~2007년 강남에서 많이 팔려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한 동안 부진한 시기도 있었지만 올 들어 일본차들의 판매량은 급성장 중이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들은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1만1636대를 팔아 2011년 8629대에 비해 34.8% 성장했다. 일본차의 인기는 엔저(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각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이다.

반면, 전 세계 시장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한국산 제품들이 유독 일본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무덤’으로 까지 불리는 일본 시장의 특성 탓이다.

전 세계 TV 시장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일본 TV 시장에서 철수했다. 세계 2위 TV 제조사 LG전자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2009년 일본 TV 시장에서 짐을 쌌다. 절치부심 끝에 지난 2010년 11월 재도전했지만 현재 실적은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 사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일본 생활가전 시장에서 철수했고, LG전자도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제품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2001년 일본 시장에 야심 차게 진출했지만 8년 만인 2009년 철수를 결정했다. 10여년 간 현대차의 일본 누적 판매량은 1만50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마저 긴장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차로선 굴욕적인 판매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업체 뿐 아니라 난다 긴다 하는 글로벌 업체들도 대부분 일본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며 “최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조금씩 한국산 제품들이 일본 시장에서 힘을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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