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부동산, 스웨덴의 길과 일본의 길-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입력 2013-07-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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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최고 정책당국자로서 현 상황에 대해 대놓고 위험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개인 부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4%로 이미 부동산 거품이 꺼진 미국이나 남유럽 국가들이 모두 포함된 OECD국가 평균인 130%대보다 훨씬 높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은 서브프라임론 사태 직전에 130% 수준까지 갔다가 지금은 1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는 같은 시기 145% 선에서 163.8%로 올랐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리금을 함께 내야 하는 구조. 이를 풍선식 대출이라고 하는데, 미국 대공황을 불렀던 금융상품 구조여서 이후 미국에선 거의 사라졌다. 이걸 한국은 5년째 미루며 폭탄 돌리기를 하면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게 안 위험하면 뭐가 위험하다는 건가?

현오석 부총리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한 근거로 미국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 대출 연체율이나 부채상환 부담 등이 양호한 것을 들었다.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사상 최저금리에, 거치기간 만기연장에, 각종 부양책으로 떠받쳤으니 그런 거지 부실 채권은 수면 아래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떨어진 부동산 가격을 현실로 인식하지 않고 호가 놀음을 하며 LTV비율을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맞추고 있으니 그렇지 실제는 훨씬 심각한 지경이다. 그리고 위기가 점점 내연하고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저축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 증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위기란 잠재적 위험 신호들에 대한 경각심이 없을 때 현실화된다.

그나마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위기관리 대응 시나리오와 배드뱅크 설립을 언급한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와 올초 한은 조기경보팀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필자가 거듭 언급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나마 한국은행 조기경보팀이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 심각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일반에 공개하지 않지만,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이 실제보다 더 높고, 전세가를 포함할 경우 사실상의 LTV 비율은 훨씬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표본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체계적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현오석 부총리를 수장으로 하는 경제정책팀이 안이하게 있다가 허둥지둥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4·1대책이 '두 달 천하'로 끝난 데서 알 수 있듯이 임시 미봉책으로 지금의 사태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마라. 조금이라도 빨리 외과적 수술 통해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고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은 더 커질 뿐이다. 가만히 있다가 폭탄이 터지는 사태를 맞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해 충격을 그나마 줄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은 당연히 후자 쪽이다. 90년대 초반 스웨덴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스웨덴 정부가 미적대지 않고,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한 결과 불과 2년 안에 경제를 회복했다.

반면 부실채권 처리를 계속 미루고 좀비 건설업체들을 살리는 대규모 토건부양책으로 일관했던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진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스웨덴의 길을 갈 것인가,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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