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그림이 있는 골프] 헤드스피드가 골프 망친다

입력 2013-07-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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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한 시즌 LPGA투어 6승에 메이저대회 3연승으로 새 골프역사를 쓰고 있는 박인비의 스윙은 정통스윙과는 거리가 멀다. 백스윙은 느리기 이를 데 없고 그것도 4분의 3 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된다. 머리는 고정되지 못하고 볼과 함께 전방으로 들린다. 그런데도 상당한 비거리에 방향성도 보장된다.

이런 박인비의 스윙이 비거리에 매달리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희망의 빛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비거리는 자존심이다. 좋은 스코어란 부단한 연습에 따른 정확한 샷에서 탄생함에도 게으른 골퍼는 스코어보다는 드라이버샷의 비거리로 우월감을 맛보는 길을 택한다.

호쾌한 장타는 마초(macho)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라이버 샷이 멀리만 날아가 준다면 한두 개의 OB를 감수한다. 또박또박 쳐서 좋은 스코어를 내는 동반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오만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장타에 대한 지나친 집착, 장타를 내기 위한 헤드스피드에 대한 맹신이 골프를 망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장타를 내려면 헤드스피드를 높여야 하는데 헤드스피드를 높이려는 의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동작이 실은 헤드 스피드를 감소시키고 볼을 스위트스폿에 정확히 맞히는 것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쉽지 않다.

스윙의 메카니즘을 정확히 이해하고 근육으로 체득하지 않는 한 단순히 헤드스피드를 높이려는 과격한 스윙은 필경 근육을 경직시키고 스윙궤도를 무너뜨린다. 골프채를 강하게 움켜쥐고 도끼질 하듯 힘껏 내리치면 헤드스피드가 높아지는 것으로 착각한 탓이다. 힘껏 휘두르겠다는 마음으로 골프채를 움켜쥐는 동작은 오히려 헤드가 목표 방향으로 날아가는 데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과격한 동작은 스윙궤도를 무너뜨려 스위트스폿에 볼을 맞히는 것을 방해한다.

골프클럽이 어떻게 제작되는지를 알고 나면 이해할 수 있다. 클럽의 비거리와 방향성을 테스트하는 스윙머신(스윙 로봇)은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하체는 콘크리트 바닥에 고정돼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중심축 역시 전후, 좌우, 상하 어느 쪽으로도 흔들리지 않게 설계돼 있다. 로봇 손에 클럽을 쥐어주고 스위치를 누르면 로봇팔이 입력된 스윙궤도를 따라 백스윙, 다운스윙, 폴로스루의 과정을 오차 없이 실현해낸다. 정확히 스위트스폿에 볼을 맞히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스윙머신처럼 스윙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설계 의도는 알아야 한다. 비거리와 정확성은 중심축을 정확히 지키면서 이상적인 스윙궤도로 클럽을 휘둘러 클럽페이스의 스위트스폿으로 볼을 정확히 맞혀야 한다는 기본만은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인비의 스윙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모든 동작이 철저하게 스위트스폿에 볼을 맞히는 데 모아지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버드나무처럼 부드러운 동작, 군더더기가 제거된 간단 명료한 스윙이야말로 클럽 설계의도를 충족하는 동작이라는 사실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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