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만나보니] 항공화물계 미다스 손, 대한항공 로드마스터 정영호 차장

입력 2013-06-2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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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관계인 호랑이와 소를 함께 비행기로 이송시켜야 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키가 122인치가 넘는 기린은 항공 운송이 가능할까. 또 비행기를 비행기 안에 넣을 수는 있을까.

항공 화물 수송 시 ‘특수하고 희귀한’ 물건을 다뤄야 할 경우가 허다하다. 웬만한 노하우없이는 업무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긴급 상황이 수시로 벌어지는 곳이 바로 이곳, 화물 수송 현장이다.

▲정영호 대한항공 인천화물지점 차장이 13일 오후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대한항공화물 터미널에서 경제지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방인권 기자 bink7119@
25년 베테랑급 대한항공 로드마스터(화물탑재관리사) 정영호 차장<사진>은 그 어떤 상황에서, 그 어떤 문제도 척척 해결하는 항공 화물계 ‘미다스의 손’이다.

정 차장은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하며 인천화물운송지점과 첫 인연을 맺었다. 긴장의 연속인 하루하루를 25년 간 보낸 그는 화물 겉모습만 봐도 무게와 길이를 눈짐작으로도 알아맞추는 달인이 됐다.

또 그의 손길만 닿으면 무려 100톤까지 실을 수 있는 비행기 화물칸의 빈 공간이 채워지며 ‘데드 스페이스’는 최소가 된다.

정 차장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불시에 발생하는 화물 업무는 항공기 안전과 직결돼 있어 한 시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화물의 길이와 무게 계산, 화물 분산에 따른 무게 균형, 로딩의 정확성 등 운송 전 과정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십 년 간 다양한 화물들을 관여해 온 그는 상어, 악어 등의 살아있는 동물을 비롯해 에어쇼 참가용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수 화물수송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는 “한 번은 45대 비행기에 소 4500마리를 2단으로 쌓아 카자흐스탄 수도인 아스타나로 수송한 적이 있다”며 “영하 40도인 이곳과 소들이 화물기 안에서 내뿜는 입김으로 인해 따뜻해진 내부와의 온도 차가 너무 커 도어가 열리지 않아 히팅 장비를 동원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부에 물기가 없으면 죽어버리는 돌고래 운송을 위해 아예 수조를 만들어 운송한 적도 있으며 30억원에 달하는 말 운송을 위해 1등석 개념의 전용 틀도 만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 차장이 다양한 수송 환경에 적응하기까지는 사전 교육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입사 이후 대한항공이 제공하는 △화물 초급과정 △위험품 취급과정 △화물탑재과정 등을 통해 5년 만에 화물 파트의 꽃 중의 꼿, ‘로드마스터’가 됐다.

또 특수화물 수송의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최적의 시스템을 구축해 온 회사의 노력도 한 몫 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2010년부터 의약품 운송을 위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최신 특수 컨테이너를 도입하는 등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했으며 생선, 채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신선화물 운송 전문 상품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송유관, 동물, 핵연료 등 다른 항공사가 취급하지 못하는 화물 수송으로 틈새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정 차장은 앞으로 최소한 10년은 더 화물 수송 전문가로 일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향후 화훼류 등 신시장 개척과 함께 보다 나은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다 다양해지는 운송품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최근에는 전문부서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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