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발췌록을 새누리당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 배경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다른 선택을 한 남재준 현 국가정보원장이 있다.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도 새누리당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NLL 대화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새누리당의 대화록 열람 요청에 “여야가 합의할 경우 공개여부 판단하겠다”며 거부한 바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국정원에 대한 2013년도 예산안 심사를 보이콧했다. 급기야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원 전 원장을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직무유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하지만 국정원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열람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남재준 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북 정보 중심으로 국정원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시끄러운 정치 이슈를 한번 정리하고 갈 필요가 있다는 남 원장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최근 국정조사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국정원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정성호 의원은 21일 대통령실 업무보고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국기문란 사건으로 즉각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NLL 대화록을 들고 나온 것은 이에 대한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홍익표 의원도 “대화의 흐름을 봐야 하는데 한쪽에 불리한 부분만 발췌해서 공개하는 것 자체가 왜곡”이라면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이유 없이 공개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청와대도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 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이번 사안은 서해 북방한계선(NLL)포기 논란이 국가정보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주장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발언에서 발단이 됐다”면서 “역사적 진실을 보고 싶으면 여야가 합의해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