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를 위해] 망각을 상실한 인터넷, 우리의 권리를 찾자

입력 2013-06-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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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한지혜(가명.32.여)씨는 지금도 SNS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게 두렵다. 한씨는 2년 전 무심코 올린 전 남친과의 스토리가 만천하에 공개된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주위 친한 사람들까지 그 내용을 알게 된 것을 알고 받았던 충격 때문에 몇 번이고 자살을 생각했었다. 연인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매우 사적인 사진과 텍스트들이 지금도 버젓이 검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에 삭제를 요청한 것도 수십번,이제는 자포자기다.

최근 결혼한 가수 백 모씨.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던 섹스비디오 유출사건은 지금도 그녀에겐 주홍글씨로 남아있다. 사건발생 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충격적인 동영상은 아직도 온라인을 떠돌고 있기 때문이다.

"난 결혼했고 행복합니다. 초록 창(네이버)과 파란 창(다음)에 그분의 이름을 연관검색어에서 삭제해줬으면 좋겠어요"

방송인 하하 씨가 올초 한 케이블방송에서 하소연한 얘기다. 포털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면 20여개 연관검색어가 뜨는데, 전 여자친구였던 한 방송인의 이름이 계속해 올라온다는 것이다.

결혼한 하하 씨에게 전 여친의 이야기가 계속해 포털에 남아있는게 그에겐 큰 부담일수밖에 없다.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묻어버릴수 있는 '잊혀질 권리'를 되돌려주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포털 중심의 온라인세상은 이제 한번 개인정보가 유포되면 순식간에 핵분열처럼 번져나간다. 어떻게 손쓸수 없이 온라인을 뒤덮어 버린다. 개인의 명예와 자존심,최소한의 인격조차 깡그리 말살하는 대학살이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유출과 신상털기는 불특정 개인에게 평생 씻을수도 없는, 죽음 같은 주홍글씨를 너무나 선명하게 씌우고 있다.

망각의 동물이지만, 인터넷상에서는 더 이상 망각할수 없다. 망각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수 있는,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이 망각의 법칙이 온라인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사생활이 노출되고 극한의 악플에 시달린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온라인은 '시간이 약이다'라는 진리도 전혀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더더욱 그들을 옥죌 뿐이다.

수십년,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산업폐기물처럼, 인터넷은 인간에게 최소한의 권리인 '망각의 사이클'조차 허락하지 않는 고약한 악의 소굴이 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인정보유출과 신상털기로 고통받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수많은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온라인상에서 연예인은 물론 불특정 다수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난도질당하는 패륜적 반인권행위를 멈추게 하며 이들을 보호해주는 '잊혀질 권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 과거와 묻어버리고 싶은 것들을 원하는 시점에서 사라지게 하는 '잊혀질 권리'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노근의원은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디지털 주홍글씨 폐지를 법제화하기로 했다.

지극히 사적인 개인정보들이 유출될 경우 즉각 삭제, 모든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잊혀질수 있는 권리를 되찾을수 있게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2년초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잊혀질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EU는 2014년 발효를 목표로 추진중이다.

이노근(새누리당)의원은 "어릴적 별 생각 없이 올린 게시물이 ‘신상털기’등을 통해 공개돼 인격이 반복적으로 훼손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사생활이 담긴 정보는 스스로 지울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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