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논란]모피아 금융권 입성 계속되는 이유는?

입력 2013-06-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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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는 권력에 ‘러브콜’… 정부는 ‘내 사람 심기’

재무부 관료 출신인‘모피아’들의 금융권 입성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들의 인기가 지속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금융업의 특성상 ‘낙하산 인사’ 등 공급측 요인 외에도 금융권 자체 내부에서 모피아 출신들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현재 금융 공공기관·협회·지주회사 총 26곳의 최고경영자(CEO) 절반 가량이 모피아 출신인 것을 두고 정부 측 인사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금융지주 ‘4대 천왕’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4대 천왕은 이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어윤대 전 KB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회장,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칭했던 말이다. 이들은 ‘낙하산 논란’을 부인했으나 이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달랐다.

박근혜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현 정부 들어 금융지주사 등 5곳에 모피아들이 포진하게 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모피아의 위세는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유용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는 금융사 등에 ‘자기 사람 심기’ 유혹을 피하기 힘들다.

한편으로는 금융사 측이 고위직에 있었던 모피아 출신에게 ‘러브콜’을 하는 수요 요인도 무시하지 못한다. 규제 산업이라는 금융업 자체의 특성상 정부와 교섭력이 좋은 인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모피아 출신인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을 새 회장으로 맞이했을 때 표정이 밝았던 것은 이런 배경이다.

임 회장의 뛰어난 개인 역량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NH농협금융 입장에서 그의 탄탄한 모피아 인맥은 출범 후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NH농협금융에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NH농협금융이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의 갈등으로 사표를 내던진 모피아 출신 신동규 전 회장의 전례를 고려해 농협 내부 출신을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결국 임 회장을 선택한 것은 이 같은 해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내에는 내부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인력이 부회장을 위시로 해 충분히 있어 결국 대(對)정부 등 다른 기관과의 조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모피아를 비롯한 외부 출신 회장이 개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공직 시절 경력에 따라 퇴임 후 갈 수 있는 금융사의 급이 갈리는 경향이 있다”며 “모피아 출신들이 금융기관장 자리를 독식해 나간다면 금융업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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