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의 동서남북]행복주택이 행복해지려면

입력 2013-06-1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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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약을 한 지구 외에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네요. 보금자리 지구지정 폐기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전 정부의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보금자리주택은 더이상 서민들의 주택으로서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는 한마디를 더 첨언했다. 기존에 지정했던 지구도 폐기할 수 있다고. 기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끝났구나"라고. 그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 실제 최근 국토교통부는 보금자리주택 이름을 행복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부동산 거래를 막는 공공의 적이라고 불렸다.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자들이 전세 등 임대시장에 머물게 했던 주범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이번엔 철도 위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이란다. 행복주택은 보금자리 그 이상이다. 일단 같은 임대주택인데도 입지가 보금자리주택보다 더 좋다. 수도권도 아닌 서울 철도 역세권에 그대로 자리한다. 전세나 월세 등 임대 수요자들이 더 이상 집을 살 이유를 없게 만드는 셈이다. 이달 취득세 감면 조치 일몰과 함께‘거래절벽’이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택 수요자들은 집을 살 이유가 또 없어지는 것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주택 거래 활성화 방안을 재확인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용적률 상향 지자체 협의 등 행복주택 사업에 대한 보완 대책 발표도 고무적인 일이다.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던 무주택 서민들은 이제 행복주택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주변시세보다 최대 70%까지 싼 임대료에 역세권 등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다보니 현지 부동산 업소에 너도나도 입주자격을 묻는 전화가 연일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임대주택 공급 과잉 문제다. 이미 애물단지로 전락한 수도권 내 공공임대주택이 경기도에만 12만 가구가 있다. 서울 물량까지 합치면 13만 가구를 훌쩍 넘는다.

잘못될 경우 행복주택 사업은 국가적인 낭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민간 임대 사업자에 대한 구제 대책도 필요하다. 행복주택이 주변시세의 절반 수준에서 공급된다면 기존의 민간 임대 사업자의 피해가 불보듯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와의 협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서울 양천구 등 시범지구로 지정된 지자체들 대다수는 행복주택을 반대하고 있다.

또다른 주택거래 절벽을 만들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확실한 시그널을 주지 않는다면 주택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보금자리주택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보다 철저하게 문제를 다시 한번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한 뒤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행복 시대’를 부르짖는 박근혜 정부의 진정성을 대다수 국민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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