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수입물가 상승, 자원 들여오기 난항
‘아베노믹스’로 쏟아진 재팬머니가 아프리카를 노리고 있지만 엔 약세가 아프리카 투자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원전·철도·도로 등 인프라 수출을 일본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일에는 제5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앞으로 5년간 약 1조4000억 엔(15조8000억원) 상당의 정부 개발원조(ODA)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자원 빈국인 일본이 아프리카 투자를 통해 자원 부족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자원 공급처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 발전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원 확보를 할 수 있는 대체 지역 물색이 필요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아프리카 진출에 의욕적인 아베 정부와 달리 정작 일본 기업들의 상당수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모잠비크에서 석탄을 수입하는 일본 대표 철강기업 니폰스틸&스미토모메탈은 “굳이 아프리카에 사무소를 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유보적인 뜻을 밝혔다. 이는 기업들이 아프리카의 불안한 치안을 염려하는 것과 더불어 엔 약세에 섣불리 진출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의 수입물가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엔저 여파로 최근 4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확보하더라도 과도한 엔저로 자원을 들여오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게 하고, 이는 다시 기업들을 강타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유명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최근 “엔저와 에너지 수요 증가가 결합해 그릇된 종류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대체하는 것은 경제회복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