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역외펀드 급증…‘검은머리 외국인’ 조사 나선다

입력 2013-05-27 15:4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검찰·금감원, 대기업 자금 국내 역반입 주목… 자사주 대량매입 시세조종 등 전방위 조사

조세피난처에서 설립된 역외펀드의 국내시장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의 조세피난처 자금이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재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말 현재 국내에 등록된 외국계 역외펀드는 211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6개)에 비해 37% 증가했다. 이는 역외펀드 등록건수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11년 6월말 94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국계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설립돼 국내에 투자하는 펀드로 국내에서 설립돼 해외에 투자하는 역내펀드(해외펀드)와 다르다. 211개의 외국계 역외펀드 중 소수의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한 사모(전문)펀드가 177개(83.9%),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일반)펀드가 34개(16.1%)로 사모펀드가 공모펀드에 비해 5배가량 많았다. 이들 역외펀드의 90% 이상은 조세피난처에서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설립지별로는 영국령 케이만아일랜드에서 만들어진 펀드가 70개(33.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국 델라웨어주 35개(16.5%), 룩셈부르크 34개(16.1%),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14개(6.6%), 아일랜드 13개(14%) 등의 순이었다.

이들 지역은 외국에서 낸 소득에 대해 지극히 낮을 세율을 부과하거나 특정 기업 또는 사업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세피난처(Tax Heaven)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페이퍼컴퍼니(Paper Campany)를 세운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금감원이 국내자금이 조세피난처를 거쳐 국내로 역반입되는 사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검찰도 CJ 총수일가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국내자금이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 자금 흐름 정황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등 국내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실체가 밝혀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감원이 주목하는 부분은 CJ그룹이 역외펀드를 개설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했는지 여부다. 이와 더불어 CJ그룹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주식거래로 부당이득을 얻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CJ그룹 오너 일가가 외국인 행세를 하며 주식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회사 오너로서 호재성 정보를 먼저 알 수 있는 만큼 비자금으로 주식을 미리 사놓은 뒤 시세차익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조세피난처 사모펀드는 금융당국의 등록이 필요 없는 비제도권 펀드”라며 “사모펀드의 특성상 가능하면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조세회피 지역에서 펀드를 다수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