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⑦예당컴퍼니]음악서 시작 드라마·영화, 다시 음악으로 부활 노려

입력 2013-05-24 10:25수정 2013-06-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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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유통·드라마로 보폭 넓혀… ‘선택과 집중’ 음악에 무게 중심

따뜻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오후 2시, 서울 강남 서초동 골목길은 한산하다. 크고 작은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가운데 낮은 오르막길 위에 예당컴퍼니가 위치하고 있다. 조용한 동네 분위기를 더하듯 회사 분위기도 차분했다. 음악, 영화, 드라마, 방송콘텐츠 제작, 유통 등 미디어의 여러 분야에 손을 뻗치고 있는 예당컴퍼니이기에 정신없이 바쁘고 부산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예상 밖이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잠시 날개를 움츠리고 있는 새의 형상을 보는 듯했다.

예당컴퍼니의 시초는 1982년 예당기획(이하 예당)으로 가수를 키워내는 기획사였다. 당시 소속 가수로는 1980년대 10대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던 양수경과 최성수, 박강성, 조덕배 등이 있었다. 예당은 잘나가는 가수 덕에 사업이 승승장구하자 1992년 예당음향을 설립, 음반 유통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9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톱스타들이 모두 예당을 거쳐 갔다. 듀스, 룰라, 솔리드, 젝스키스, 소찬휘, 이정현, 조PD, 원타임, 지누션, 서태지, 싸이, 이승철 등이 음반 제작과 유통을 예당에 맡겼다. 1990년대 음반 CD나 테이프 뒷면을 보면 붉은색의 예당 심벌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는 그 시절 예당의 파워를 드러내는 하나의 지표다.

그러나 예당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0년 후반 디지털 음원 시장이 등장했고, 불법 음원이 온라인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음반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었다. 음반 CD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했고 예당도 타격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때 예당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다른 방안을 모색하게 된다. 음반 시장의 한계에 부딪친 예당은 본격적으로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를 포괄하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예당의 선택은 적중했다. 2000년대 예당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종합 콘텐츠 전문회사로서의 입지를 굳혀 갔다. 수많은 톱스타들을 영입했다. 최수종, 하희라, 황수정, 최지우, 한지혜, 김아중, 김정은, 김하늘, 이정재, 장진영, 한재석, 황정민 등 최고의 배우들만 모았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도 가담했다. 특히 2003년 KBS ‘겨울연가’ 제작에 참여했고 ‘겨울연가’ ‘아름다운날들’ ‘천국의 계단’의 OST와 DVD, 음반 등을 일본에 유통하면서 한류문화 전파에 한몫했다. 2005년부터는 영화 투자에도 나섰다. 2006년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올드보이’‘댄서의 순정’을 제작, 영화배급사 쇼이스트를 인수하면서 영화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제작사인 이룸영화사를 계열화해 영화사업 내 영역을 확대해 나갔고, ‘식객’ ‘미인도’ ‘외출’ ‘가문의 영광’ ‘가문의 위기’ ‘맨발의 기붕이’ ‘청춘만화’ 등 다수의 흥행 영화에 투자는 물론 직접 제작도 했다. 그 결과 2008년 예당은 3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예당이 또 한번 도약하고자 했지만 벽에 부딪쳤다. 이욱재 예당 상무는 “당시 업계를 내다보는 시각이 너무 빨랐던 것 같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를 함께 하기에는 회사 차원에서 무리가 따랐다”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에 핵심을 두는 것으로 다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예당은 2010년 상호를 예당컴퍼니로 바꾸고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예당의 태동인 음반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에 변두섭 대표가 경영일선으로 복귀했고 지난 4월 강상돈 CJ E&M JAPAN 대표가 예당컴퍼니 엔터사업부문 총괄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강상돈 대표는 “예당컴퍼니를 반석 위에 세워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어 어깨가 무겁다. 평소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고,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예당컴퍼니는 임재범, 알리, 차지연, 국카스텐 등 기존 가수들과 씨크라운, 라니아 등 아이돌 가수를 길러내 2000년대 누렸던 명성을 이어 또 한 번 도약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아이돌가수 걸스데이의 해외 매니지먼트 권리를 확보, 해외진출도 본격 추진 중이다.

[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⑦예당컴퍼니]강상돈 엔터사업부문 총괄대표 “가요계 기획사 ‘빅5’1~2년내 달성 목표”

“1~2년 안에 가요계를 대표하는 기획사 빅5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음악 역사를 갖고 있는 예당을 재건해 아시아에서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음악 매니지먼트를 만들겠습니다. 이제는 콘텐츠 시대입니다. 한국이 가진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노립니다.”

예당컴퍼니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예당컴퍼니의 새로운 기수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 4월 강상돈 전 CJ E&M JAPAN 대표가 예당컴퍼니 엔터사업부문 총괄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강 대표는 콘텐츠산업의 베테랑이다. 그는 CJ 미디어와 CJ E&M에서 음반과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산업 등의 전반적 업무를 담당하며 미디어와 엔터 사업의 안목을 넓혔다. 특히 일본에서의 경험은 한국 음반 사업과 매니지먼트 사업의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틀을 다지기에 충분했다. 강 대표는 “한국과 일본 두 시장을 경험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콘텐츠는 일본에서 가능성이 높다. 음악산업을 잘 가꿔서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자신이 꿈꾸는 음악 매니지먼트를 하기 위해선 예당컴퍼니 소속 가수들의 진단부터 필요했다. 현재 예당에 소속된 뮤지션들은 색깔이 뚜렷하다. 그래서인지 대중과 거리감이 있다. 이는 강 대표에게 아주 큰 과제다. 소속 뮤지션들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예당컴퍼니의 운명이 달렸다. 강대표는 “팬의 층을 넓혀 나가야 한다. 아티스트들이 큰 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적자가 나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다. 뮤지션들이 주기적으로 일본 등 해외 곳곳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팬층도 늘어나면 음악시장의 예측이 가능해진다. 아이돌가수가 수익을 올리면서 기성가수들의 자리를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해외 사업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강 대표는 한국과 일본을 가장 큰 미디어 콘텐츠 시장으로 여긴다. 이 두 나라를 아우르면 중국, 동남아까지 세력을 넓혀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아시아 문화가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당당하게 주장한다. 그의 목표는 하나다. 바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뮤지션을 가진 예당컴퍼니를 만드는 것. 예당컴퍼니가 2년 안에 SM, YG, JYP로 대변되는 국내 대표 기획사 3사를 능가하는 매니지먼트사로 성장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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