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류판매점 조회시간에 하루 일과를 알리는 직원들의 구호다. 대형 유통마트는 더하다. 직원들이 한창 근무 도중 방송에 맞춰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고객님,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친다. 이들은 감정 노동자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는 1983년 배우가 연기하듯 직업상 본인의 감정을 숨긴 채 다른 얼굴과 몸짓을 지어내야 하는 사람들을 ‘감정 노동자’라고 정의했다.
감정 노동자의 애환은 조금씩 알려졌지만 최근에서야 그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 임원이 항공사 여승무원에게 폭언과 폭행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그런 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은 컸다. 포스코 계열사 임원 사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공분이 온·오프라인에서만 끓어오르다 말아서는 안 될 일이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감정 노동자의 절반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감정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감정 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감정 노동으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산업재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부터 직장 내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과 제도 마련에 정부와 기업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정부는 제도 마련과 함께 ‘갑을관계’와 같은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 작업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감정 노동자들이 받는 상처의 원인은 다름 아닌 고객들, 즉 우리 이웃들이 입히고 있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감정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소홀히 할 경우 우리 사회의 병폐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