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무법천지’ 어린이집

입력 2013-05-07 10:38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잇따른 어린이집 영유아 폭행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는 아동폭행 소식에 부모들의 심정은 불안 그 자체다. 보육교사들은 폭행으로, 원장들은 공금 횡령 및 집단행동 등으로 한마디로 복마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극히 국한된 일로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선 아동폭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영아일수록 몰지각한 일부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는 점점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90년대 초 ‘수면제 낮잠’ 사건이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놨다. 보육교사가 아이들이 낮잠을 자지 않고 떠든다며 일정 기간 수면제를 먹여 동시에 재운 사건이었다. 이후 아이를 흔들며 때리는 건 기본이 됐고, 엄동설한에 아이를 알몸으로 문밖으로 내쫓는가 하면 가위를 던지고 바늘로 찔러 고문하는 등 범죄가 날로 흉포화하고 있다. 전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어린이집 아동학대만 2009년 67건, 2010년 100건, 2011년 159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서울지역 어린이집들을 감사한 결과 일부 원장들의 공금 횡령도 낱낱이 드러났다. 바로 부모들이 꼬박꼬박 낸 ‘특별활동비’를 제돈 쓰듯 했다.

원장 가족의 전기·상하수도 요금으로 1600만원, 고급승용차 구입과 유류비 2200여만원, 개인병원비 900만원, 판공비 680만원 등을 개인용도로 썼다. 또한 급·간식비를 부풀리기도 했다.

특별활동비는 보육교사가 아닌 외부 강사가 영어, 미술, 음악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따른 비용으로 부모들은 매달 14만원 이내로 내고 있다. 서울에서 특별활동비를 걷지 않는 곳은 15%에 불과했다. 문제는 일부 원장들이 특별활동비를 부모들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한 용도로 악용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수준에 맞지 않는 교육을 강요하기도 한다.

옹알이하는 만 1~2세 영아에게 영어와 논술을 가르친다거나, 바이올린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원장들은 바이올린을 직접 만지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3~5세 교육을 참관하는 비용이라며 생떼를 쓰기도 한다.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모들은 아이가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

어린이집의 부정 행위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2010년에 보조금 허위청구 등 행정처분을 받은 어린이집은 924곳, 환수금액도 71억원에 달했다. 2011년 1230곳, 지난해 1629곳으로 증가 추세다.

게다가 어린이집 원장들은 국회의원들이 보육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어린이집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낙선운동’ 등 조직적인 압박을 가해 자진 철회를 관철시키는 단체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가 사후약방문 식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대책’을 내놨지만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언제부터 원장들이 ‘슈퍼 갑’노릇을 했던 것일까. 교육이라는 대의 앞에 자세를 낮춰도 한참 부족한 데 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