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이 터뜨리고, 변우석이 끝냈다…올해 상반기 뒤흔든 드라마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4-07-01 16:39수정 2024-07-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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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민영(왼쪽), 변우석. (출처=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선재 업고 튀어' 비하인드 스틸컷)

올해 상반기 공개된 드라마들은 명암(明暗)이 선명했습니다. 안방극장을 휩쓸며 글로벌 흥행까지 성공한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높은 제작비, 쟁쟁한 출연진으로도 특별히 힘을 쓰지 못한 작품들이 있었죠.

국내 드라마 시장은 불황으로 편성 경쟁도 치열한 상황입니다. 편성을 논의하다가도 불발, 수년간 연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요. 제작비는 갈수록 높아지지만, 광고 매출 등이 줄면서 적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탓입니다.

이렇다 보니 스토리 완성도가 어느 정도 검증된 웹소설이나 웹툰 등을 영상화하려는 경향도 확산하는 모양샙니다. 시즌제 드라마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지상파, 종합편성(종편) 채널을 막론하고 활발히 제작되는데요.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시즌제 드라마 모두가 흥행에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수 개의 드라마가 원작이나 전편을 뛰어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장하곤 했죠.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는 데 성공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상반기 안방극장을 휩쓴 드라마와 함께, 부진한 성적으로 퇴장한 작품들까지 짚어봤습니다.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tvN)

tvN '대박' 3연타 쳤다…시작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

올해 상반기 안방극장을 휩쓴 주인공은 단연 tvN입니다. 올 초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로 쾌조의 출발을 알리더니, 주말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고,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로는 신드롬까지 썼죠.

세 작품 모두 공통 장르는 로맨스입니다. 그러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신선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는데요.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 해외 반응까지 챙기면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고, 흥행에 힘입어 tvN은 개국 이후로 최초로 2024년 연간 프라임타임 시청률 1위까지 차지하면서 지상파를 포함한 경쟁사들을 따돌렸습니다. 2049 시청자의 구성비도 44%로 타 채널을 넘어선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는데요. 2049 시청률은 구매 성향이 뛰어난 20세부터 49세 사이 남녀의 시청률로, 프로그램 화제성은 물론 광고주 선호도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입니다.

tvN의 '대박 행진'의 시작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내남결')부터였습니다. 2월 종영한 '내남결'은 위암으로 투병하던 강지원(박민영 분)이 절친과 남편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후, 10년 전으로 돌아가 인생 2회 차를 사는 운명 개척 드라마인데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합니다.

작품은 원작 속 캐릭터들과 싱크로율이 맞아 떨어지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화제를 빚었는데요. 특히 이이경은 원작의 '쓰레기 남편'에 충실(?)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섞으면서 박민환 역을 재치 있게 풀어냈습니다.

'내남결'은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조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친구와 남편에게 배신당한 후 복수를 꿈꾸고, 복수의 발판은 웹소설과 웹툰의 흔한 클리셰인 '회귀'로 마련됐죠.

그러나 세부적인 차이가 재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강지원은 마냥 보호해줘야 하는 '신데렐라' 캐릭터는 아닙니다. 오히려 복수를 꿈꾸면서 치밀하고 냉정하게 계획을 짜고, 박민환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며, 정수민의 자작극으로 오해받을 상황에 내몰리자 복식 호흡(?)으로 호통을 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인물입니다.

흔히 막장 드라마로 치부되는 불륜 치정극에 회귀물, 오피스물, 멜로가 더해지면서 다양한 재미도 선사했습니다.

2월 종영한 '내남결'은 시청률 5.2%로 시작해 최종회 12%로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하는 등 호성적까지 썼습니다. 박민영 못지않은 열연으로 스타덤에 오르는가 했던 송하윤이 종영 이후 학교폭력 의혹을 받은 사실은 오점으로 남았지만요.

▲tvN '눈물의 여왕'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tvN)

스타 작·감·배 뭉쳐 신기록까지…tvN 1위 찍은 '눈물의 여왕'

'내남결'의 바통은 '눈물의 여왕'이 이어받았습니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그룹 재벌 3세이자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김지원 분)과 용두리 이장 아들이자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김수현 분), 3년 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인데요. 화려한 작가, 감독, 배우(작감배)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안 봐도 재밌다"는 기대를 자아냈습니다.

극본을 쓴 박지은 작가는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입니다. 연출을 맡은 장영우 감독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불가살’ 등을 연출했고, 김희원 감독은 ‘왕이 된 남자’, ‘빈센조’, ‘작은 아씨들’에서 세심한 연출로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은 '나의 해방일지'(2022)에서 열연을 펼친 김지원이, 남자 주인공은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수현이 맡았습니다. 두 사람의 호흡은 연기 합은 물론 얼굴 합까지 뛰어나다는 평을 받으며 '맛잘알'(맛을 잘 알고 있는) 시청자들을 몰입시켰습니다.

사실 '눈물의 여왕'의 이야기가 새로웠던 건 아니었습니다. 재벌과 서민의 사랑 이야기가 주인데, 이른바 신데렐라 스토리는 과거부터 쭉 인기를 끌어왔죠. 통상 이 신데렐라 스토리가 남성 재벌과 여성 서민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눈물의 여왕’은 여성 재벌과 남성 서민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다만 이 클리셰가 주인공들의 성별을 뒤바꾼 것에 그쳤다는 점, 퀸즈그룹 가문이 한순간에 망해 쪽박을 차는 과정이 지나치게 빠르고 개연성 없이 그려졌다는 점 등 단순한 설정에 혹평이 나오기도 했죠.

그럼에도 '눈물의 여왕'은 최종회 시청률 24.9%를 기록, '사랑의 불시착'을 넘고 tvN 역대 최고 시청률 1위로 올라섰습니다. '눈물의 여왕'이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김수현과 김지원은 아시아 투어를 진행하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죠.

▲tvN '선재 업고 튀어'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tvN)

변우석 인기는 '선재진행형'…tvN도 놀란 '선재 업고 튀어'

여기에 5월 종영한 '선재 업고 튀어'('선업튀')가 방점을 찍었습니다. '선업튀'는 삶의 끝에서 자신을 구해준 최애 류선재(변우석 분)를 이번엔 자신이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간 임솔(김혜윤 분)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김빵 작가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죠.

'선업튀'는 시청률 면에서는 특별한 기록을 세우진 못했습니다. 1회 3.1%로 시작한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 최종회 5.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앞선 tvN의 흥행작 '내남결', '눈물의 여왕'에 비하면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었죠.

그러나 '선업튀'의 경우 단순히 시청률로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별도의 흥행 지표로 자리 잡은 화제성에서 '대박'을 친 건데요. 작품은 방영 기간 내내 5주 연속 화제성 1위에 등극했습니다. 여기에 티빙의 사용자 증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데요. 지난달 28일 티빙의 일일 사용 시간은 250만10시간으로 측정되면서 넷플릭스(240만8179시간)를 최초로 뛰어넘었습니다. 이날은 '선업튀'의 마지막회가 나온 날입니다. 드라마 시청자들이 티빙으로 집결하면서 넷플릭스 시청 시간을 티빙이 넘어선 것으로 풀이되죠.

다만 '선업튀'에도 아쉬운 목소리는 나왔습니다. 장애를 단순히 극복의 대상으로 묘사한 부분이 섬세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미국 타임지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논리적 인과관계보다 감정적인 서사를 중시한 '선업튀'는 타임슬립 자체가 현실적일 수 없는 대신, 전반적인 서사의 일관성과 인물의 세 차례 타임슬립에 걸쳐 완성된 감정선을 운명도 초월한 사랑 이야기로 풀어내 공감을 샀다"고 평가하면서도 "임솔의 해피엔딩이 장애를 포함했다면 획기적인 결말이었을 것"이라고 했죠.

드라마는 끝났지만, 변우석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6월 빅데이터 분석 결과 드라마 배우 브랜드평판 1위를 변우석이 차지했다고 전했습니다. 변우석의 팬미팅 온라인 예매엔 100만 명에 달하는 접속자가 몰렸고요. 그가 작품에서 부른 노래 '소나기'는 멜론 톱100차트 4위, 미국 빌보드 글로벌 167위까지 기록했습니다. 포토카드(포카) 등 다양한 굿즈가 준비된 팝업스토어에는 새벽부터 대기 줄이 이어졌습니다.

해외 반응도 뜨겁습니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 따르면 '선업튀'는 는 방영 첫 주부터 미국·캐나다·프랑스·독일 등 해외 133국에서 1위에 올랐는데요. 변우석은 단독 아시아 팬미팅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팬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로고가 TV 리모컨에 보인다.(로이터/연합뉴스)

힘 못 쓰는 OTT 오리지널 시리즈…"시즌제 카드 활용, 지나치게 잦아"

반면 오리지널 시리즈로 명성을 떨쳤던 OTT 플랫폼의 성적은 초라합니다.

국내 OTT 최강자 넷플릭스는 입지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집계 결과 올해 3월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는 약 1172만 명으로, 2월(약 1251만 명)과 비교했을 때 한 달 만에 무려 80만 명이 감소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가 12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건 2022년 11월(약 1199만 명) 이후 1년 5개월 만이었죠.

이는 티빙,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들의 약진 때문으로 분석되지만, 신규 콘텐츠의 부진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넷플릭스는 OTT 플랫폼 중 가장 비싼 요금제(프리미엄 기준 1만7000원)를 가지고 있는데도, 신선한 재미를 자랑하는 새 콘텐츠가 없다는 아쉬움이 이용자들 사이에 나옵니다.

넷플릭스가 올해 공개한 '경성크리처', '선산', '지배종' 등은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1월 초까지 10부작 전편을 공개한 '경성크리처'는 박서준, 한소희가 출연한 데다가 제작비가 7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컸지만, 느린 진행 속도, 시대극과 로맨스의 불협화음 등이 혹평을 불렀는데요. 디즈니 플러스의 '삼식이 삼촌'도 '송강호의 첫 드라마'라는 타이틀과 400억 원대 제작비로 화제를 빚었으나, 글로벌 TOP 10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 기대에 비해 다소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입소문이 주효한 지금, 재미만 있다면 시청자들은 생소한 신생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도, 요금이 비싼 OTT 플랫폼의 시리즈도 주저 없이 감상합니다. 즉 올해 상반기 OTT 오리지널 시리즈의 부진은 치열한 플랫폼 및 작품 경쟁의 영향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보이지 못했다는 사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최근 OTT 플랫폼에서는 성공한 시리즈를 재탕, 삼탕하는 시즌제 카드가 지나치게 활용되고 있다"며 "물론 다음 시즌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 환영할 만하지만, 전편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데 그치거나 그마저도 실패한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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