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난풍과 춘수, 이 봄을 어찌할꼬 - 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입력 2013-04-2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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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봄이라더니 이 봄 심상치 않다. 우선 날씨가 변덕이다. 초여름 날씨를 보이다가 갑자기 눈이 내렸다. 환절기 치고 너무 요란하다. 순서 없이 꽃들 피더니 소문없이 사라졌다. 바람은 또 어떤가. 오전내 얌전하다가 오후만 되면 천방지축으로 날뛴다. 어지럽게 부는 이런 봄바람을 난풍(亂風)이라 한다.

계절이 바뀌니 심리 또한 바뀐다. 특히 입학(入學)과 입사(入社)는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새로운 환경에 부닥치게 한다. 변화는 긴장을 다그치게 되고, 이윽고 긴장이 조금 풀리면 피곤이 찾아온다. 또 그 만큼의 기대와 부족이 엇갈린다. 약속은 많고, 현실은 계획과 어긋난다. 그래서 외롭고 고민스럽다. 봄날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춘수(春愁)라 하던가.

봄, 어지럽고 우울하고. 어떤 특별한 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돌담에 속삭이는 듯 봄 햇살은 인간의 간뇌를 자극하여 격정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 격정이 인간의 열정을 자극하고, 열정은 변화를 추동(推動)한다. 그리하여 봄은 혁명의 계절이라 할 것이다. 멀리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갑오년 3월에 일어났다. 너무 잘 알고 있는 3·1운동, 4·3사건, 5·16 등이 모두 봄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이다. 우연일까? 4·19도 있다. 3월의 선거부정에 봄의 격정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 아닐까. 민주화운동의 결정판 5·18도 봄의 한가운데에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라는데, 봄이 공짜가 아니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변화는 어지러움 속에서 자라는가. 세상 많이 어지럽다. 미국에서는 마라톤 경기 중 밥솥폭탄이 터졌고, 중국에서는 큰 지진이 났다. 유럽의 경제위기는 아직 진행 중인데 일본은 증권시장이 폭등하면서 환호작약(歡呼雀躍)이다. 북한은 지난 2월 핵실험을 하더니 얼마 전엔 개성공단 문을 닫아 걸었다. 경제는 위기의 조짐과 회복의 징조가 같이 나타났다. 일본의 환율 인상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에 충격으로 전달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엔 유동성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1/4분기 성장률이 0.9%로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변화는 선택을 강요한다.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면에서 포기한다는 것. 무엇을 집어든 손으로 다른 무엇까지 집을 순 없으니까. 그러는 중에도 시간은 가고 강요는 더욱 엄중하다. 소동파가 일찍이 읊었다. ‘춘소일각치천금(春宵一刻直千金)’ 봄날의 하루는 천금에 값한다. 짧고 아름답고, 그만큼 귀하고 급하다. 허니 이 봄날의 춘수(春愁)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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