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사교육 질서를 잡기 위해 “교과서 내에서 시험을 출제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현직 교사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찬성하는 쪽은 학교에서 교과서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실제 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교과서 밖의 내용들이 출제돼 혼란을 겪어 왔다며 반기고 있다.
반면 교과서가 너무 간단해 전과 등 참고서를 보지 않으면 알아듣기도 어렵다며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찬반 쟁점토론에 참석한 교사 모두 ‘현직에 있기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해 와 부득이하게 익명으로 처리함을 알려드립니다.
◇수업과 시험 다른 모순 해소… 찬성(교사 A씨)
교과서는 곧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반영한다.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교과서 외 내용을 시험에 내는 것을 금지하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교육 관련 핵심 대선 공약이었던 ‘교과과정 넘는 시험·입시 출제 금지’를 거듭 강조한 데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교과서 외에는 절대로 내지 않는다고 한다면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고 나머지 질서는 알아서 잡히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시험출제 경향도 자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교과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반영돼 있는 학습자료다. 그동안 수학능력시험으로 대표되는 국가 수준의 평가에 있어 학생 및 학부모들이 많은 혼란을 겪어 왔다.
특히 학교에서는 교과서 내용을 반영한 수업을 진행토록 하는데, 실제 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교과서 내용을 벗어나는 문제들이 출제돼 많은 교사들이 교과서뿐만 아니라 문제집을 부교재로 채택해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학생·교사의 학습과 수업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또한 교과서 외 내용의 학습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사교육 시장의 팽창에도 영향을 끼쳤다. 학교 내의 평가도 이런 국가 수준의 평가에 맞춰 교과서 외의 내용이 많이 출제돼 온 것도 사실이다.
전국 대부분의 일선 고등학교는 심지어 학습지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문제풀이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맞지 않으며, 교육 현장에 혼란을 부추겼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개정이나 기준의 변화를 통해 교과서의 내용을 재구성할지언정 교과서 이외의 내용이 시험에 출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과서 외 수업방식도 필요… 반대(교사 B씨)
교육과정 개념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 정부의 추진방향에 반대한다. 즉, 교과서 외 내용이 시험에 출제되어도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교육과정에 대한 다양한 개념이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교과서 외 내용이 시험에 출제되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가’는 단위 학교 또는 국가 수준에서 진행한 교육과정이 제대로 교수-학습 활동에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교육과정에 대한 관점은 다양한데, 명문화돼 있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교수-학습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과정에는 여러 가지 개념이 있다. 그중 잠재적 교육과정이나 영적 교육과정은 명문화돼 있지 않다. 교육현장에서 교수-학습 과정은 교육과정 혹은 교과서 집필기준에 의거한 내용 이외의 많은 교육과정의 요소가 있다. 명문화돼 있는 교육과정의 의미를 벗어나면 교육과정은 학교·교사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단위 학교의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시험에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외에 더 많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 그래야만 평가의 타당성이나 목적성이 확보될 것이다.
또한 교과서 외 다양한 문제를 푸는 수업방식은 중등교육과정에 속한 학교(중·고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학습지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한 후 다른 학습지들로 바꿔가며 문제풀이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평가에서는 단위 학교의 개별 교육과정이 반영될 수 없으므로 큰 틀에서의 교육과정이 지켜지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단위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확보, 교육과정과 평가의 일치를 위해 교과서 외 내용을 다루는 시험 출제가 가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