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SK가스 등 신사업 통해 취약한 수익구조 개선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로 앞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정부 감시 아래 공급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1, SK가스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LPG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PG가 대표적인 서민연료이다 보니 수입·유통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국내 정세 등의 영향으로 LPG 국제가격(CP) 상승분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다소 취약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LPG 수입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정하는 CP 가격을 기준으로 환율·세금·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공급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정책 기조가 최대 변수다. 실제 E1과 SK가스는 지난해 8~11월까지 4개월 연속 국제가격이 올랐지만, 10월을 제외하고 국내 프로판과 자동차용 부탄가스 충전소 공급가격을 동결했다.
이처럼 주력사업에 제약이 따르자 LPG 수입·유통사들은 공통적으로 ‘신사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E1은 자회사인 LS네트웍스를 통해 상사, 자원개발 분야 진출을 확대한다. 2008년 프로스펙스를 인수하며 패션·유통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LS네트웍스는 현재 ‘몽벨’, ‘잭울프스킨’ 등 총 8개의 유명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2011년에는 상사 부문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러시아 모스크바 및 블라디보스톡에 지사를 개설하는 등 현지 밀착영업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지역에 국한돼 있던 LPG 수입선도 다변화한다. 2014년에 미국 셰일가스전에서 생산되는 LPG 18만톤을 시범적으로 들여와 국내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E1이 한해 동안 국내에 유통하는 전체 물량(270~280만톤)의 6.7% 수준이다.
SK가스는 국내 최초로 LPG 기반의 프로필렌 제조(PDH) 사업에 뛰어들었다. 프로필렌은 합성수지나 합성섬유에 범용되는 아크릴로니트릴(AN)의 원료다.
SK가스는 총 9000억원을 투자해 2016년까지 울산에 연간 60만톤의 프로필렌 생산 공장을 짓는다. 지난달 초에는 세계적인 석유화학공정 기술특허권자인 미국 럼머스와 PDH 공정설계와 기술자문, 시운전까지 일체를 지원받는 기술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측은 원료 및 제품 수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장부지와 인접해 있는 29만톤 규모의 LPG 저장탱크와 SK이노베이션의 울산콤플렉스 부두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