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 “북한 체류 미국인 대피 계획 없어”
북한이 평양 주재 외국공관에 직원들의 철수를 권고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는 물론 영국과 스웨덴, 폴란드 등의 평양 주재 대사관이 북한으로부터 이런 권고를 받았으며 철수할 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문의도 들어왔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폴란드 대사관의 마친 보삭키 대변인은 “다른 대사관들처럼 우리도 북한으로부터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철수 권유를 받았다”면서 “우리의 견해로는 북한이 현재 공격을 받을 위험에 있지는 않다고 보며 이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말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체류한 미국인을 당장 대피시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영국 외교부는 처음 성명에서 “평양 측이 오는 10일 이후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북한에 있는 대사관들과 국제기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우리 측 외교관들에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시 성명을 정정해 “의사소통에 착오가 있었다”면서 “북한은 우리 측에 평양을 떠날 것이라면 도울 수 있게 날짜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해명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외국 대사관들에 긴장이 고조되면 철수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우리도 이를 도울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등 북한으로부터 권고를 받은 대사관들은 사태를 예의 주시한 뒤 다시 추후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직은 말에 그치고 있으나 우리는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대사관 철수 제안이 나온 이유를 파악하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 6자 회담 국가와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도 북한으로부터 철수 권고를 받았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이날 행보를 놓고 정확한 사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이것이 ‘공격’ 신호라기보다는 ‘엄포용’이라고 보고 있다.
직접적으로 철수를 권고하기보다는 넌지시 철수 문제를 끄집어내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과학원의 한국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제빈은 “만일 평양이 진지하게 무력충돌을 할 생각이었다면 외교관들에 자국을 떠나라고 미리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 평양에 주재한 러시아와 중국 외교관들의 존재는 평양이 군사공격을 받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