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한국판 골드만삭스’ 꿈꾸지만 인재양성은 ‘제자리'

입력 2013-04-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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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돈...전문가를 키워라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이 곧 경쟁력이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인재양성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노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인내심을 갖고 진행해야 하는 교육보다는 단기 성과로 직결되는 스카우트에만 열을 올린다. 대부분의 커리큘럼은 영업에 맞춰 있고 유수의 투자은행(IB)에 비해 교육지원은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인재의 능력이 충분휘 발휘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 교육 아직은 ‘공염불’

금융투자업계의 면면을 살펴보면 훌륭한 인재가 많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12금융인력 기초통계’에 따르면 증권·선물사들의 금융 관련 자격증 소지자 비율은 131.47%로 집계됐다. 국내외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이수한 비율은 14.6%에 달했으며 미국공인회계사(AICPA), 국제재무분석사(CFA) 등 국제 통용자격증을 보유한 비율도 타 업권보다 높았다.

문제는 인재들에 대한 사후관리다. 증권·선물사들에서 자체 교육을 받는 직원(1만4388명) 가운데 1개월 이상 장기교육을 받는 직원은 단 10명에 불과했다. 실무 교육기관과 연계해 1개월 이상 교육을 받는 직원도 27명밖에 되지 않았다. 은행이나 보험사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대학에서 교육을 받는 인원은 50명으로 보험(3명), 상호저축(5명)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은행(59명)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3주 이상 해외연수 역시 5명으로 은행(19명)보다 월등히 적었다. 통상 자체·실무 교육기관을 통해 받는 교육 훈련기간이 1개월 이상이어야 전문성을 지닌 과정이라고 본다. 해외연수는 3주 이상으로 구분한다.

홍광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원은 “금융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부분의 교육훈련이 전문 업무 일반 또는 일반교양 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관리도 허술

금융투자업은 그 어느 업권보다 전문성이 크게 요구된다. 수많은 변수 속에서 정확하게 시장을 예측해 혁신적인 투자상품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층 강화되고 있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다. 증권·선물회사에서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 전문가(Specialist)는 1744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원의 4.01%에 해당한다. 절대적인 숫자나 비율면에서 보험(169명·0.28%)보다는 많지만 은행(5839명·5.64%)보다 월등히 적다. 참고로 전문가에 대한 정의가 따로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각 금융사에서 일반 직무그룹 외에 별도로 관리하는 인력으로 분류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향후 필요한 전문가 인원에 대해 증권·선물 업종은 타 업권과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놨다는 것이다. 은행은 5년 후와 10년 후 각각 7752명(32.8%↑), 1만82명(72.7↑)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보험 역시 5년 후 226명(33.6%↑), 10년 후 319명(88.2%↑)으로 전문가가 늘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증권·선물은 5년 후 1739명(0.3%↓), 10년 후 1285명(26.3%↓)으로 전문가 필요인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3개 업권 가운데 유일하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로의 도약을 꿈꾸는 금융투자업계의 이면이다.

A 대형 증권사 임직원은 “글로벌 금융위이 이후 유수의 IB 재편과정에서 다수의 전문인력들이 인재 시장에 나왔지만 대부분 단기 성과에 집착하고 각종 규제가 얽혀 있는 한국시장에는 오기를 꺼려했다”며 “인재들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안목에서 기다려주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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