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경기에서 웰터급 세계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캐나다)가 욱일승천기를 연상시키는 무늬가 새겨진 경기복을 입고 나서며 사건은 시작됐다. 경기를 본 국내 격투기팬들은 분노했고 UFC 선수 정찬성은 SNS를 통해 생피에르에게 항의글을 게재했다.
욱일승천기의 정확한 역사적 배경을 몰랐던 생피에르는 결국 사과와 함께 향후 경기복은 물론 그와 관련한 모든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말을 전했다. 시끄러웠던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일본 선수 초난 료는 이 사건에 다시 불씨를 당겼다. "욱일승천기에 불만이 있는 사람은 바보다. 역사 공부나 해라. 그래봤자 무리일 테지만 말이다"라고 비아냥 거리며 우리 국민을 크게 자극했다.
스포츠는 때로 정치, 외교를 뛰어넘어 국가와 국가를 연결 하는 가교 역할을 하곤 한다. 과거 미국과 냉전을 거듭하던 중국은 무력이 아닌 스포츠에서 답을 찾았다. ‘핑퐁외교’로 통하며 현재까지도 평화외교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정반대로 스포츠가 갈등을 더 크게 확장시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갈등으로 벌어진 1972년 검은 9월단 사건은 스포츠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
우리 국민의 경우는 ‘한일전’이 갖는 특수한 과거사로 인해 이유를 불문하고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숙명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불행했던 과거사를 스포츠로 해소하려는 행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현이다. ‘한일전’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목에 걸쳐 수십년간 대결했고 국민들은 이를 통해 웃고 울었다.
UFC 선수들은 경기중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혈투를 벌인다. 하지만 링을 벗어나면 둘도 없는 사이로 돌아간다.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UFC가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진원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과거사를 지나치게 부정하는 일본의 역사인식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에게까지 이어졌다. 역사는 숨겨지는 게 아니다. 초난 료가 국제대회에 출전한 이상 그는 단순히 일개 운동선수가 아니다. 과거의 역사를 재단한 듯한 초난 료의 행동을 보면서 역사 공부를 좀 더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