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강 한복판에 이르렀을 때 그만 손에 들고 있던 보검을 강물 속으로 빠뜨리고 말았다. "아이쿠, 저걸 어쩌나" 사람들이 모두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보검 주인은 허리에 찬 작은 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방금 물에 빠진 보검이 스치고 간 뱃전에 칼자국 표시를 해 놓았다. "이곳이 칼을 떨어뜨린 곳이다." 배가 건너편 나루터에 도착하자 그는 표시를 한 뱃전 밑의 강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그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비웃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유래이다.
지난 정부 경제의 색깔은 ‘녹색’이었다. ‘녹색기술’에 ‘녹색성장’, 경제 자체가 ‘녹색경제’였다. 친환경 녹색기술을 이용하여 녹색산업을 육성하고 녹색성장을 이룩하여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공언하였다. 화석에너지를 절약하는 저탄소 기술이라고 국내에 원자력발전소 증설을 추진하고 해외로 출혈수출 계약을 자랑하였다. 누가 봐도 환경을 괴롭히고 시멘트 범벅이 분명한 4대강 토목사업을 ‘강 살리기’와 ‘녹색사업’으로 포장하였다. 강은 물의 흐름이 거의 막혀 썩어가고 있다. 칼자국은 녹색 뱃전에 내고 보검은 회색 강바닥에서 찾는 꼴이었다. 회색 바다에서 녹색 보검이 나올 수 있나? 온실가스 배출량만 늘었을 뿐이다.
신정부 들어 녹색을 다 들어내고 있단다. ‘녹색기술경제과’는 ‘환경기술경제과’, ‘녹색협력과’는 ‘환경협력과’ 등으로. 당연한 일이다. 그럼 신정부 경제의 색깔은 무엇?
아직은 무지개색이라 해야겠다. ‘국민행복경제’를 약속하였으니 무지개 아니고 무언가. 그 무지개 가장 바깥쪽에 ‘행복기금’이 있다. 서민들과 학생들의 금융기관 장기연체 부채와 학자금을 경감하고 조정해 준단다. 당연히 은행연체율이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무지개는 금방 사라진다는 데 있으니, ‘무지개’란 말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직은’이다. 대개 정명(正名)이 있어야 정업(正業)이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