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두 사례, 성공가도 ‘휴먼케어’… 탄탄대로 ‘포항생협’
전국 801개 사회적기업에서는 1만87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협동조합은 역시 ‘일자리’, ‘복지’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기에 정부에서도 협동조합 설립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1만개의 조합과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협동조합을 고용창출의 창고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회사 직원들이 ‘주주’가 되니 아무리 힘들어도 ‘내 회사’라는 책임감을 느끼며 일합니다.”
2008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던 복지센터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한 국내 첫 번째 회사인 충북 청원의 ㈜휴먼케어.
노인 돌봄, 가사 간병, 장애인 방문요양 같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 전문’ 사회적기업이다.
이 회사는 충북에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사회적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언뜻 보면 일반 복지 서비스 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취약계층을 돌본다는 점이 다르다.
일반 돌봄 서비스 업체는 요양보호사가 직접 가정집을 방문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수가 하루 평균 6건인 데 반해 이 회사는 2∼3건에 불과하다.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 먼 지역을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송유정 휴먼케어 대표이사는 “돈은 적게 벌 수밖에 없지만 이윤추구보다 사회 복지 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로 출발한 만큼 초심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기업 운영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어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던 산골지역 취약계층까지도 빠짐없이 돌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 복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장애인 보조기기 렌털 서비스나 장기요양 복지 용구 판매 등을 통해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이 ‘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헌신’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기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출발부터 직원 모두가 ‘이 길을 가겠다’고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그는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직원 33명이 최대 300만원씩 지분을 투자해 만든 ‘주식회사’”라며 “직원 보유 주식이 6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주주이다 보니 회사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고, ‘복지 서비스 향상’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회사 요양보호사인 황경자(59·여)씨는 “이전에도 요양보호사로 일했지만 지금처럼 책임감을 갖고 일한 적은 없었다”며 “아무리 먼 곳이라도, 눈이 오든 비가 오든 고객들을 찾아 나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협동조합 설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개월 만에 650개에 달하는 협동조합들이 설립 신청을 마칠 정도다. 이런 가운데 2002년 주부 5명으로 출발해 10년 만에 조합원 2300명, 매출 50억원 규모의 탄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난 포항소비자생활협동조합(포항생협)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포항시 남구 이동에 자리한 포항생협의 성공 배경에는 ‘주인의식’과 가격 경쟁력이 자리하고 있다. 채소와 가공식품, 축산물 등 1200여 가지의 품목을 구비한 포항생협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과 손님은 모두 조합원이다. 조합원이 아니면 물건을 살 수 없다. 조합원은 가입비 5만원과 매월 1만3000원의 회비를 낸다.
실제 매장에서 2200원(400g)인 국산콩 두부는 대형 할인점에서는 3750원(420g)에 팔리고 있다. 10개들이 2900원인 유정란 역시 3800원에 팔린다. <표1 참조>
채소류는 시기에 따라 차이가 더 크게 난다. 2010년 배추 파동 당시 포기당 시세가 7000원을 훌쩍 넘었지만, 포항생협에서는 종전과 같은 1600원대를 유지했다.
가격안정기금은 생산자 이탈을 막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 때는 채소 값이 급등하면서 상추 4㎏ 1상자 도매가가 9만원대까지 치솟는 상황이 발생했지만, 가격안정기금 덕에 포항생협을 등지는 생산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비닐하우스동이 파손된 일부 농가에 지원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포항생협의 최종 목표는 지역사회 환원이다.
이선경 포항생협 이사장은 “지역아동센터 10곳에 간식을 대는 것으로 환원사업을 시작했다”며 “일정 규모를 갖춘 뒤에는 꼭 지역주민에게 보답할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매장 직원 모두가 소풍 갈 때는 일반 조합원들이 매장에 나와 대신 일하는 것도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올해는 협동조합의 힘으로 통신요금 거품 제거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포항생협의 2번째 매장인 두호점이 문을 열었다. 두호점은 친환경 제품, 우리밀 베이커리와 피자, 무항생제정육, 공정무역 카페를 갖춘 복합형 매장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