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을 오르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릅니다. 산 정산에 특별한 게 있냐고요? 아니요. 화장실도, 샤워장도 없습니다. 힘들고 불편하죠. 시쳇말로 ‘개고생’입니다. 바로 그게 캠핑의 매력이죠(웃음).”
서울 강남에서 사진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캠핑마니아 한상무(39)씨의 말이다. 그는 한 달에 3~4번은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의 캠핑 사랑은 각별해서 캠퍼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차 위에 텐트를 치는 ‘루프톱((roof-top))’ 덕분이다. 그는 루프톱을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캠핑을 즐긴다. 주차만 가능하면 어디든 캠핑장이 되는 셈이다. 지금은 이용자가 제법 많아졌지만 수년 전만 해도 루프톱은 생소한 장비였다. 200만~300만원이나 하는 고가 장비인 데다 모양도 독특해 캠핑장에서는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그의 취미는 원래 수상스키였다. 매일 서울 근교 수상스키장에서 집까지 왕복하는 일도 많았다. 그러다 불편을 느껴 주변 숙박시설을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비용이 문제였다. 그래서 하루는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해결했는데 의외로 편안했다. 그의 텐트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캠핑을 즐긴다. 때로는 오토캠핑을, 때로는 백패킹을 즐긴다. 함께 캠핑하는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장소와 방법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토캠핑은 샤워장이나 화장실이 잘 돼있어 가족, 여성들과 함께 해도 무난하지만, 백패킹은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온갖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마니아가 아니면 권하지 않는다.
그가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자연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좋아서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산 정상에는 숨겨둔 보물도, 보약도 없다. 물론 반기는 사람도 없다. 자연을 느끼며 하나가 되는 과정이 황홀할 뿐이다. 산을 오르는 과정은 힘들지만 자연과 함께 하면 몸도 마음도 가장 편안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
한씨가 추천하는 캠핑장은 강원 영월의 솔밭캠핑장과 경기 가평의 합소캠핑장이다. 두 곳의 공통점은 ‘자연에 가까운 느낌’이다. 우선 솔밭캠핑장은 잣나무 숲에 조성돼 있어 자연 속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공기부터 다르다. 코와 입으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숨을 쉬는 느낌이다. 반면 합소캠핑장은 사계절 아름다움을 뽐낸다. 특히 단풍이 아름다워 매년 가을 이곳을 찾는다.
캠핑은 자연에서의 생활 자체가 레저다. 먹고 자고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까지도 레저다. 분명 다른 레저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똑같은 경험을 해도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도대체 왜 고생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룹이 있는 반면 “너무 좋아서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하는 그룹도 있다.
캠핑과 친해지는 과정과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초보 캠퍼의 경우 야외캠핑장에서 캠핑을 즐기면서 잠은 펜션에서 자면 캠핑과 쉽게 친해질 수 있다고 한씨는 조언한다.
그는 요즘 캠핑 붐을 실감한다. 캠핑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캠핑 장비와 장소에 대해 묻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힘들고 고생스럽지만 그럴수록 즐겁고 유쾌해지는 것이 캠핑이다. 자연과 친해지려면 그 만한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게 한씨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