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모두 대선 공약 사안… 후폭풍 우려에 ‘눈치싸움’
여야가 대선 당시 경쟁적으로 내놓았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 공천을 놓고 말을 바꾸고 있다. 정치권 개혁의 신호로 여겨졌던 기초단체장·기초의원 무공천 방침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일단 공천심사위원회가 4월 재보선에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을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전일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는 공심위의 무공천 결정을 놓고 격론이 오갔다. 이 자리에서 황우여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남경필 의원 등은 “정치쇄신 차원에서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무공천 방안을 지지했다.
반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공천하지 않는 것은 자살 행위와 마찬가지”라며 “민주통합당은 공천하는데 우리만 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는 백전백패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우택·유기준 최고위원도 “정당 공천 배제의 영향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최고위는 결론을 내지 못했고 무공천 방침은 지역간담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다음 주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대선 공약 사항을 두고 최고위원과 중진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공심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사무총장은 “당헌 당규상 보면 공천심사는 위원회 권한이고 최고위 올려서 거부된다고 해도 공심위가 다시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자동통과 된다”고 말해 무공천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와 당내 여론이 부정적이어서 공심위의 무공천 방침이 관철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임에도 무공천 방안 이행을 주저하고 있는 것에는 민주통합당의 영향도 크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을 계속하겠다는 상황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이번 재보선 공천여부는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은 책임 있는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해 선거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