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지연에 실·국장 일 손 놓고 있어
정부조직법이 47일 만에 늦장 타결되면서 기획재정부 내 후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도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차관인사나 1급 공무원 인사가 지연되면서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장관과 차관의 공석이 길어지면서 실제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1차관으로서 현안을 챙기고 있지만 최근 인사청문회로 손을 놓고 있다. 또 김동연 2차관이 국무총리실장으로, 주형환 차관보와 홍남기 정책조정국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재부내 수장은 공석인 상태다. 따라서 주요업무는 실·국장이 챙기고 있지만 후임 인선에 촉각이 곤두서 대부분 실·국장들이 일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 기재부 공무원들의 후문이다.
특히 그동안 기재부 1급 공무원들이 승진해 내려갔던 외청장 자리가 백운찬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빼면 외부 인사로 채워져 기재부 1급 공무원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재부 한 공무원은 “현재 실·국장들이 승진해서 갈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되다 보니 남아 있는 차관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며 “외청장 자리가 외부에서 채워지면서 1급 공무원들의 관심이 차관이나 차관보 자리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1차관 자리를 두고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행시 25회)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임승태 금융통화위원(행시 23회)과 육동한 국무총리실 전 국무차장(행시 24회),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행시 25회), 강호인 전 조달청장(행시 24회)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차관에는 이석준 예산실장(행시 26회)이 기존 관례대로 내부 승진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김규옥 기획조정실장(행시 27회)도 거론되는 등 깜짝 인사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차관 인사와 관련해 박춘섭 기재부 대변인은 “장관이 임명되면 바로 그날이나 다음날 인사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오석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임명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양보한 만큼 현 장관을 바로 임명하기에는 야당의 눈치가 보이는데다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현 장관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후임 차관인사도 그만큼 늦어질 가능성이 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로 식물 정부에서 식물 기재부로 모양새가 바뀐 상황이다. 현재 일본을 비롯한 세계 선진국들이 자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전쟁 등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이를 방어해야 할 기재부는 아직 재정운용계획안조차 못 짜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인사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